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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위험지역 자국민 보호 매뉴얼 문제 있다

브루키나파소 28일 억류 한국인 신병 인도도 안 해
부르키나파소 지역의 한국 여행객 피랍사건에서 보여준 외교부와 언론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해외 위험지역에서 자국민 보호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해외 공관원의 업무는 주재국에 있는 자국민 보호다. 프랑스가 이번 인질 구출 작전에서 보여준 놀랍고 모범적인 행동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한국 정부도 이를 본받아 국가의 존재감을 새롭게 인식하고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14 /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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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위험 지역에서의 자국민 보호 매뉴얼’ 등에 대해 외교부, 재외공관, 언론 등에서 이를 집중조명하여 그 실효성여부 등에 대하여 검토하는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한국 여행객이 처한 상황은 정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었다. 보호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국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해줄 수 없다면 국가의 존재 의의가 반감될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최근 아프리카 위험지역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의 자국민 인질 구출 작전이 이뤄졌다. 작전 진행 중 특수부대원이 적에게 발각됐으나 인질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총을 쏘지 않고 몸을 던져 진압하며 2명의 프랑스 특수군인이 사망했다. 프랑스는 인질의 생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특수부대원의 영웅적 행동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 안타까움은 여행자제지역 내 여행자에 대한 개인적 비난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여행객 1인 역시 28일간 인질로 잡혀 있다가 이번에 구출됐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외교부의 반응이다. 해외 여행객 정보는 가족 등의 신고, 수사정보기관의 첩보, 영사관 민원접수, 외신 모니터링에 의한 파악만이 가능해 이번 한국 여행객 피랍은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비쳐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고 이후의 대응이다. 납치된 한국인에 대한 신병도 확보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프랑스 정부에 경의를 표하고 미국과는 달리 프랑스 정부에만 그저  따라가면서 그 피랍 경위 등을 파악 중에 있다고만 한다.
 
정부의 발표에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언론 등의 태도 역시 놀랍다. 해외 위험지역에서 이와 같은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럼에도 현재 해외 위험지역으로의 여행 등에 대한 사전 주의조치, 후속 조치 등 ‘자국민 보호 매뉴얼’에 대한 보도는 전혀 없다. 외교부의 다소 무책임한(?) 보도자료를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납치 경위파악과 이 과정에서의 자국민 보호 매뉴얼 보도는 뒷전이다. 심지어 피랍 경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 이 사안이 여행자의 개인 잘못이라는 등 성급한 판단을 한다. 해외 언론에 마치 무국적자처럼 안타깝게 나온 피랍 한국 여행자의 사진이 안쓰럽다. 그럼에도 개인에 대한 비난 논조까지 나오니 조금 황당하다.
 
이 사안에서 프랑스와 한국은 달랐다. 프랑스는 피랍 즉시 자국민 보호조치를 실행했다. 인질을 구하는 작전에서 젊은 특수부대원 2인의 희생이 따랐다. 순직한 특수부대원의 희생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에서 여행객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한국 정부가 한 역할이 무엇인가? 외교부 당국자나 언론은 마치 방관자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권법 제17조에 의하면 '특정 국가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그리고 제26조에서는 '방문 및 체류가 금지된 국가로 고시된 사정을 알면서도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방문. 체류하는 경우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여권법 시행령 제 30조에서는 '금지 대상국가에 체류하는 국민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그간 이를 제대로 알렸느냐하는 점이다. 그리고 체류사실을 파악하였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는 과연 어떻게 행하여졌느냐 하는 점 등이다. 여권법의 법리해석만에 따르면 이러한 고지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달리 형사처벌이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관건은 과연 적절한 방법으로 금지구역, 적색경보, 황색경보 국가라는 점을 알렸는냐 하는 점에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그간 어느 국가가 방문금지, 적색경보, 황색경보 국가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이 사건이 생긴 이후에 찾아보니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가 있기는 하다. 다만 여권 등에 이에 대한 안내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간 이 부분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즉 자국민의 보호를 위하여 방문 및 체류 금지국가뿐만이 아니라 적색경보 내지 황색경보 국가 등을 제대로 적정하게 고지하고 상세하게 알릴 의무와 책임은 외교부에 있다. 이와 같은 적정한 고지 조치와 이에 대한 적절한 안내 내지 경고 조치 등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다시한번 재정비할 시점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 북부에 철수 권고의 적색경보를, 남부에 여행자제라는 황색경보를 발행애 왔다고 한다. 한국 여행객이 이를 무시하고 위험을 감수했으니 정부 차원에서 달리 책임이 없다는 식의 발표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해외공관원은 무엇보다 주재국에 있는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이다. 여행자제국가에의 여행에 따른 책임이 전적으로 여행객 개인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철수권고'라는 그 개념이 애매한 적색경보지역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지역에 방문. 체류는 여권법 위반은 아니다. 그러면 '적색경보'에 대한 적정한 고지가 좀더 상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를 넘어 이 지역에 체류하게 된 자국민에 대한 적절한 후속보호조치 등에 대한 매뉴얼의 존재 내지 그 실효성있는 조치 등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방문. 체류금지 구역보다도 적색경보지역에 방문 또는 체류한 한국인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적어도 재검토하여 가능한 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방문.체류금지 국가는 위반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나아가 사전에 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방문 및 체류의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적색격보' 지역은 단지 '철수권고'일뿐 달리 완전한 금지가 아니므로 자국민이 방문.체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국민의 보호가 사실상으로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지 구역내지 적색경보지역, 황색경보지역 등의 설정과 이에 따른 자국민 보호를 위한 실효성있는 조치야 말로 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해외 여행객의 정보를 정부가 다 파악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적색경보지역 등에 한국인이 들어갈 때 외교부나 해외공관원이 할 조치에 대한 미비점은 재점검해야 한다. ‘자국민보호 매뉴얼’이 제대로 정립되고 작동되는지 차제에 재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해외 각국의 국경을 지날 때마다 요란하게 울리는 외교부의 문자 메시지가 반갑기도, 한편으로 귀찮기도 했다. 왜냐하면 안전한 국가들에서 불필요한 정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그저 면피용(?)으로 보이는 문자 메시지는 바뀌어야 한다. 각 지역의 친숙도 내지 위험성에 따라 여행객의 시각에서 다시 고안돼야 한다.
 
이번 사안을 접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면 실수 내지 부득이하게 위험국에 들어가게 된 경우 과연 해외공관원은 무슨 조치를 해왔을까? 개인적으로는 적색경보국가 등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이런 상황에서 해외공관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상황이야말로 한국 여행객 입장에서 국가로부터의 보호가 가장 필요한 때다.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에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고 영사 등에게 높은 급여를 주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 실망스럽다.
 
심층적인 보도가 전혀 없는 언론에 역시 아쉽다. 모두의 관심사항에서 벗어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외 여행객의 안전을 개인 책임으로만 몰아가는 현실은 다소 놀랍다.
국가란 과연 무엇일까? 외국에 가면 조국을 그리워하고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데, 해당 한국 여행객은 정부의 보호에서 소외된 느낌마저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프랑스 대통령의 다소 찌푸린 얼굴 표정 뒤에 초라해 보이는 한국 여행객. 이것이 현재 한국인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해외 여행객 숫자는 287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가 된 부르키나파소는 한국과 1962년에 수교했다. 다만 그 나라에 주재하는 한국 공관이 없을 뿐이다. 인근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한국 대사관이 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그 나라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적색경보국가라면 이에 대한 주의 경고뿐 아니라, 해당 국가와의 외교협력 등을 통해 해당 국가의 비자를 받거나 국경을 넘어갈 때 이를 파악할 수 있게 현실가능한 범위내에서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단지 위험지역 분류만 적색경보로 공고하고 달리 후속조치 없이 그저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자국민이 28일간 피랍 후 타국에 의해 구출됐으면 정부는 신속하게 신병을 확보하는 등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 우선 경위를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자국민을 위한 조치가 전혀 없다. 미국 여행객은 미국 정부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신속하게 신병을 인도받았다. 그런데 한국 여행객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브르키나파소에 한국 현지 공관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인근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이곳으로 와서 그 신병을 인도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8일 만에 피랍에서 구출된 자국민이 그냥 방치된 것이다. 자국의 보호없이 그저 낯선 프랑스로 이끌려 왔다. 더욱이 프랑스 자국 내 비난이 팽배한 불편한 행사 자리에 ‘초대받지 않은 어색한 이방인’으로 서있어야 했다. 또 다시 비난의 중심에 서있게 내팽개쳐진 것이다. 마치 무국적인처럼.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편’이어야 할 국가는 그곳에 없었다.
 
한국 정부는 스스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받아 생활하고 '국민의 공복'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외교부 공무원들이 자신의 임무와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해외지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경우 1차적으로 보호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비용이 들면 해당자에게 차후 구상하면 될 것이다. 
해외공관의 마음 자세와 태도는 자국민 안전의 실효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나아가 여기에 핵탄두까지 장착이 가능한 마당에 인도지원 논의는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좀 당황스럽다. 안전이 우선이 아닐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과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와 같은 우려가 이번 사안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프랑스는 정부조직내의 이민청이 해외 동포에 대한 관리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활용해 해외 동포도 지원하고 자국 이익도 도모하는 것이다. 자국민에 대한 인질 구출작전에서 보여준 놀라운 모습은 기존 프랑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모습은 거의 반대다.
 
‘해외위험 지역에서의 자국민 보호 매뉴얼’ 등에 대해 외교부, 재외공관, 언론에서 집중조명하고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의 안전해외여행 홈페이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표현방법도 다소 애매하다. 좀더 메세지전달이 정확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고지 방법이 좀더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어쨌든 위험구역에 들어가게 된 한국 여행객이 처한 상황은 정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보호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국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해줄 수 없다면 국가의 존재 의의가 반감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다수가 공무원을 선망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처우에 걸맞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철저한 자기 정체성의 인식과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히려 공무원이 그 역할과 책임때문에 가장 선호되지 않는 시점이야말로 공무원의 자기 직업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는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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