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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고양이 조례’의 의미와 그 시사점

자본주의 붕괴론까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양극화 현상 해소 노력은 시대적 현안이다. 공공 부문에서 임금 격차를 좁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한 부산시 의회의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기업 등에 적용되는 소위 말하는 ‘살찐 고양이 조례’는 시의적절한 시도로 보인다. 다만 지방조례라는 한계성 때문에 적법성 여부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스위스와 EU의 경우 이를 법률로 시행하고 있다. 향후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조례가 아닌 법률형식으로 다른 지방 공기업과 공기업 등에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10 /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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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가 ‘살찐 고양이 조례’를 공포했다. 법체계상으로 논란이 있을지 모르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양극화 해소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모색된 셈이다. 이는 해당 지방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전국 차원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새로운 상생 문화 정립을 위한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 5월 8일 부산시 의회가 공기업과 출자기관 임원 급여에 상한선을 두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를 공포했다.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탐욕스러운 기업가를 ‘살찐 고양이’로 빗대 부르는 데 착안해 최고경영자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입법 시도가 지방의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기업 등 기관장 보수는 최저임금의 7배, 임원은 6배로 제한했다.
 
조례안은 시의회가 1차로 의결했다. 그러자 조례의 법적 효력에 논란이 일게 됐다. 자치단체장의 권한에 의회가 개입해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다. 부산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부산시의회는 재의를 거쳐 47명의 부산시의원이 참석, 44명이 찬성함으로써 압도적으로 조례안을 재의결했다. 이와 같은 취지의 조례는 국내 최초라고 한다. 조례안은 공공부문에서 임금 격차를 줄여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였다.
 
법적으로는 지방 공기업장의 급여는 해당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공기업 역시 하나의 기업이므로 해당 임원들의 보수는 최고의사 결정기관인 주주총회 등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따라서 법률 아닌 조례 형식의 제한은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이번 조례의 법적 효력은 대법원의 최종결정에 따라 유동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황당할 수도 있으나 시의적절하게 사회적 화두를 제공하는 나름의 의미 있는 행보다. 스위스와 EU는 이와 같은 내용의 법률을 실제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 현상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한국은 그나마 정도가 심하지 않지만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은 임원 대비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극단적으로는 회사가 파산한 상태에서도 최고경영자가 수천 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하는 등 큰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이 회사 수익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회사의 수익을 경영진의 노력에 의한 성과로만 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정 회사의 수익은 모든 임직원의 합동 노력의 결과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성과에 따른 혜택이 전적으로 회사 경영진에 집중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 성과에 따른 혜택은 임원과 직원이 같이 공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산시의회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한 ‘살찐 고양이 조례’의 기본 취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공기업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직원의 보수가 직급의 높고 낮음에 따라 지나치게 차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의 성과는 모든 임원과 직원의 집단지성과 협업에 의해 이뤄지는 종합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경영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하부 집행부서는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해당 기업의 성과다. 그동안 경영진 기여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돼 온 게 사실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책임이 크고 영향력이나 파급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하위 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그 성과가 나타날 수 없을 것이란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최고경영진의 지나친 임원 보수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어 왔다. 한국의 대기업은 주인(?)이 따로 있어 경영진의 지나친 고액 보수를 효율적으로 통제해 왔다. 그러나 미국 기업은 뚜렷한 주인개념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배주주라도 이사회를 일방적으로 장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면 능력있는 이사들을 요구하는 인력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시장 자체가 전 세계에 걸칠 정도로 크고 넓으며 유연하게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능력 있는 이사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 이사들의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이사들의 보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형성돼 온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임원들은 자신의 보수를 실질적으로 결정·통제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했다. 그간 경영진들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아왔다는 자성의 시각이 많다. 미국 내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표출돼 왔다. 이사진의 너무 높은 보수를 통제하고자 하는 노력도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임원 보수를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임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 온 셈이다. 이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 역시 기업에 관여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최적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부산시의회가 공포한 ‘살찐 고양이 조례’는 새로운 변화를 향한 시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상위법 위반 등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조례 아닌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법률 차원에서 이와 같은 양극화 해소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회 전반의 일반 기업에까지 이와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도 좋다.
 
이제 직업에 대한 과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수 역시 역할과 책임 부담 등에 따라 차등이 있을 뿐이다. 직급,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라 귀천(?)을 두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경영진과 노동자는 상호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협업하는 동반자 관계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지위와 보수만을 달리할 뿐이다. 각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과 기능 면에서 결코 그 우월을 따질 수 없다. 물론 보수 차이 역시 지나치게 벌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공공성을 요구하는 공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 영역에서 직업관과 그에 따른 보수체계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각자 역할에서 모두가 전문가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차제에 디지털 시대의 명실상부한 상생 문화 및 새로운 혁신 분위기를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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