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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규제와 그림자 금융

그림자 규제는 규제 당국의 비명시적인 변칙 규제를 의미한다. 그림자 금융은 엄격한 규제와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고 거래의 투명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아 잠재적 위험성이 높은 금융 유형을 의미한다. 둘 다 나름의 순기능은 있다. 그림자 규제는 명시적 규제보다 유연하고 융통성을 갖는다. 그림자 금융 역시 은행의 기능을 보완해 금융 시스템 내 경쟁을 촉진하는 등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 면이 있다. 그러나 둘 다 공개성과 투명성이 보장됨으로써 보이지 않는 잠재 위험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07 /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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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규제와 그림자 금융이 가지고 있는 비공개성, 불투명성, 예측 가능성 결여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들 법제도적인 장치뿐만 아니라 이를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사회지원 인프라 구축 역시 시급한 과제다.

금융당국이 오는 6월부터 그림자 규제를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폐지하고 필요한 부분은 명시적인 규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2018년 말경에 이뤄진 금융규제 운영 규정의 개정에 따라 후속 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비명시적인 규제에서 명시적 규제로 나아간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추세에 부합하는 일로 환영할 만하다. ‘그림자 규제’ 또는 ‘그림자 금융’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띄는데 그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이들은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두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그림자 규제는 규제 당국의 입장에서 눈에 보이는 명시적 규제가 아닌 비명시적인 규제를 편의상으로 지칭한다. 행정지도,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모범규준 등의 자율규제의 형태로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는 변칙적 형태의 규제이다.
 
반면 그림자 금융은 좀 더 학술적인 의미를 가진다. 채권운용회사 핌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캔자스시티 연방 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엄격한 규제와 통제를 덜 받는 금융기관에 의해 주도되는 금융유형을 의미한다. 대표적 기관이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구조화 투자회사 등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그간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보완하고 금융시스템 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되며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림자 규제 부분의 개선이 필요한 건 규제가 명확성, 공개성,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지도는 행정 편의적으로 잘못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비명시적 규제 장벽은 예측 가능성을 현저하게 침해할 수 있다. 상당수의 행정지도는 주로 법상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지도의 위법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행정지도의 위법성이 문제가 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아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는 근거가 불확실하면서 효력 자체가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등 사실상의 갑을 관계에 의해 강제되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노정한다.
 
금융 사업자나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금융 규제의 공개성, 투명성, 예측가능성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림자 규제는 시급하게 해결돼야 한다.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이와 유사한 금융 규제 완화 발표를 수없이 해 왔음에도 가시적 성과는 크게 미흡하다. 금융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무엇보다 규제 리스크가 개별 금융기관의 수익 아니 생존 자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산업 중 금융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다른 산업에 비해 가장 취약한 원인 역시 규제의 비공개성, 불투명성, 예측 가능성의 결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금융 샌드박스 등의 설치 등을 통하여 경직된 규제형태를 규제완화로 개선한다는 발표는 상당히 많았다. 그렇지만 규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이번 정책이 실제 성과 사후 점검 및 실효성 있는 개선으로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림자 금융에도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그림자 금융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실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하강하면서 은행보다 더 열악한 시장을 점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고수익·고위험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그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GDP 대비 129.4%에 달해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다(2016년 기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여타 금융기관과의 연계성 강화 때문에 그림자 금융이 부실하면 한국의 금융 시스템 전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역시 미국의 그림자 금융시장의 붕괴에서 시작돼 파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까지 미쳤다는 점에서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의 심각성은 시급한 사안이다.
 
정부 발표대로 그림자 규제를 명시적인 규제로 전환하는 것처럼 그림자 금융도 부실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탈바꿈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중의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리츠(REITs)’다. 리츠(Reals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사전적 정의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 펀드 내지 부동산 투자신탁을 말한다. 설립형태는 회사형과 신탁형이 있다.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에 직접 투자해 이익을 나누는 구조여서 만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거나 붕괴돼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손실이 그대로 전가될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파장은 엄청날 것임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나마 회사 형태의 ‘리츠’는 부동산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배당 등 수익을 나눌 수 있어 간접적이다. 상대적으로 충격을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금융의 하나인 P2P 대출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을지 모르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가들이 관여돼 있어 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파장은 심각할 수 있다. P2P 대출은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가 특정 대출상품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회사 등에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P2P 대출업체는 이 과정에서 중계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P2P 대출업체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통상 ‘대부업’ 자회사를 설립해 실제 대출에 관여하는 편법을 행하고 있다. 드러나는 더 큰 문제는 연체율 증가다. 현재 P2P 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12.5%에 이른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평균 연체율 5%의 저축은행에 두 배 이상 달하는 수준으로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디지털 시대는 그 특성상 공개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 강조된다. 이에 배치되는 그림자 규제를 폐지하고 명시적 규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 사업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금융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그림자 금융의 실체가 숨김없이 공개돼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자 금융의 투명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비공개된 잠재적 리스크를 즉시 공개하도록 하는 법제도적인 장치를 조속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제도 장치를 실효성 있게 지원하는 사회지원 인프라 구축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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