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스포츠 경기 중 사고의 법적 책임

경기 중 사고가 발생하면 가해 경기자에 대한 형사적 책임과 민사상의 손해배상 의무 발생 여부가 문제가 된다. 형사적 책임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정당 행위 내지 상대방의 승락으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다만 사안에 따라 과실치사상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민사상 책임인 손해배상 의무 부분에 대해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경기자의 주의의무를 비교적 넓게 해석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가해 경기자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05 / 22:46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배드민턴처럼 신체적인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 경기도 상대 경기자에 대한 생명 및 신체 안전을 확보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법이론적으로 수긍이 가는 면이 있지만 스포츠 특성에 비춰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향후 스포츠 분쟁에 있어서는 스포츠 특성에 맞는 전문분쟁 기구가 설립되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배드민턴 경기 중 발생한 실명 사고에 대해 법원의 1심과 2심 판단이 서로 다르게 나왔다. 사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씨와 B씨가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했다. B씨는 셔틀콕을 강하게 쳤고 셔틀콕이 A씨의 눈을 타격했다. A씨는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이에 A씨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규칙을 어기는 등 경기를 하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배드민턴은 축구 경기 등과 같이 빈번한 신체 접촉이나 충돌이 예상되는 경기는 아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므로 경기 과열이나 순간 판단 착오로 인해 셔틀콕으로 다른 선수를 가격하거나 라켓을 잘못 휘둘러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기이다. 배드민턴 경기자는 다른 경기자의 동태를 잘 살피며 생명과 신체 안전을 확보할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 위반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용인될 범위를 벗어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A씨와 B씨 모두 네트에 가까이 있었다. 두 사람의 코트 내 위치 등을 고려하면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적 손해를 위자해야 한다. 피해자 역시 보안경 등 자신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과실 비율을 80%로 인정해 금 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다.
 
이 판결을 접하면서 수긍도 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의 배상을 한다는 면은 공감이 가나 이와 같은 해석이 확장되면 스포츠 경기가 과연 최선을 다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 그 사안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과실을 50%로 보았다.
 
참고로 축구 등 상호 신체접촉이 빈번하게 수반되는 경기에 대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이러한 유형의 운동 경기에 참가한 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는 해당 경기의 종류와 위험성, 당시 경기 진행상황, 관련 당사자들의 경기 규칙 준수 여부, 위반한 경기 규칙이 있는 경우 규칙의 성질과 위반 정도, 부상 부위와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그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판시 내용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결국 개별적인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운동 경기에서 모두가 신의칙에 의한 주의의무를 염두에 두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반면 가해 경기자의 형사책임의 부분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정당행위 내지 상대방의 승락을 받은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실치사죄의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골프 경기에서 공을 뒤로 쳐서 뒤에 있는 동반자에게 부상을 입힌 경우다. 친 공이 페널티 구역에 빠진 상태에서 동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서 다시 샷을 해 이동 중인 동반자의 눈을 맞춰 부상을 입힌 사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모두 과실치상죄의 책임이 있다고 법원은 판시했다.
 
그렇다면 경기를 구경하는 관중에게 부상을 입힌 경우는 어떨까? 야구장을 찾은 관중이 파울볼에 맞아 숨졌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파울볼을 친 선수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공이 어디로 갈지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사적인 책임 역시 마찬가지다. 과실 여부도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친 볼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어 사고 예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경기장의 운영관리자에 대해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경기자의 구조물 등의 설치 및 관리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 사안은 실제 미국에서 발생했다. 당시 해당 야구장을 운영관리하는 구단주는 파울 지역에 철망을 설치했다고 항변했음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구조물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경기 중에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상대 경기자에게 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스포츠 경기의 특수성에 비춰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 경기자가 경제적 자력이 없다면 피해구제가 제대로 될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스포츠 보험이 대안이 된다.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관중, 대회 주최자, 경기시설 운영자 등 모든 관계자들을 만족하기 위해 스포츠 사고 내지 분쟁 관련 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나 피해 경기자의 개인적인 구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경기 중 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책의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행사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경기자, 관중, 기타 제3자의 손해에 대해 모두 일정한 조건으로 보험에서 구제할 필요가 있다. 관람비 등에 보험료 지급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가능하면 스포츠 사고 관련 분쟁이 좀 더 전문화된 분쟁기구에서 스포츠 분쟁의 특수성에 따라 적정한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일반 법원에서 분쟁 해결이 이뤄지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생긴다. 법원은 경직되고 일반적인 법이론에 따라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분쟁의 특성을 제대로 감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

스포츠 사고, 분쟁은 신속성, 전문성, 경제성, 비밀성 등의 특징이 반영돼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아직 별도의 스포츠 분쟁 해결 전문기구가 없다. 차제에 새로이 스포츠 분쟁 전문 조정 내지 중재기구를 설립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절차와 전문가에 의해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관련 법철학 내지 법사회학적인 연구가 이뤄질 필요도 있다. 이에 함께 스포츠 사고 등 스포츠 분쟁 해결에 보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분쟁 해결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포츠 산업이야말로 향후 유망한 산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 네이버 블로그

조회수 : 3616

Copyright ⓒ IP & Ar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스팸방지 (필수입력 - 영문, 숫자 입력)
★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나친 비방글이나 욕설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