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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개 광장과 사적 디지털 거실

페이스북은 그간 디지털 공간에서의 공개 광장을 지향했다. 가입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수많은 자료와 정보를 축척해 왔다. 대중이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입을 추구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EU의 개정 저작권 지침상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링 조항이 제정됐다. 최근 뉴질랜드 총격 사건의 생방송 영향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언론에 준하는 업로드물에 대한 엄중한 관리감독 책임을 부과하는 입법 움직임마저 감지됐다. 그러자 저커버그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의 생존전략 일환으로 디지털 거실이라는 새로운 개념 하에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의 방향을 수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제창하고 있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03 /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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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가입자의 자발적인 업로드에 따른 수익 창출뿐 아니라 업로드물에 대한 엄중한 관리감독 책임이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면하기 위한 방안으로 페이스북은 공개 광장 개념에서 사적 디지털 거실 개념 지향으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보호를 하는 쪽으로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업 방향과 규제 기준 역시 다 같이 전환하는 큰 흐름이 실감나게 하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는 그간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디지털 공개 광장(Public Digital Square)을 개설했다. 이 공개 광장에서는 정부 규제를 거부하고 자율적인 규제만을 강조해 왔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공개 광장 가입자들이 자유롭게 각종 정보와 자료를 업로드하고 가입자 모두가 빅데이터를 적정하게 활용하도록 했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는 수많은 트래픽을 유도하고 이에 따른 상당한 광고 수입을 거두며 수익을 창출했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활동은 모두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를 확장해 왔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났다. 가입자들이 자유로이 업로드하는 내용물 중 불법 저작물 등이 증대된 것이다. 이에 저작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이를 반영한 것이 바로 EU의 개정 저작권법 지침이다.
 
또한 최근 뉴질랜드에서 백주 대낮에 벌어진 총격 사건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며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사회 해악적인 내용물이 페이스북에 여과나 별다른 조치없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사회 해악물의 업로드를 방지하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이 작동했으나 프로그램이 제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총격 동영상이 생중계됐다고 했다. 호주 정부는 사회 해악 업로드물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에게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에게는 가히 치명적인 규제다. 그간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발생한 수많은 트래픽에 의해 광고 수익 등을 추구해왔는데 각 지역 국가의 규제법령이 새로운 도전이 된 셈이다. 이와 같은 규제법은 플랫폼 사업으로 인한 이익만 독점해서는 안 되고 문제점에 대해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는 큰 변곡점이 될 정도의 큰 시련을 맞게 됐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과거 <워싱턴포스트>의 기고문에 과거 자율규제에서 완전한 탈바꿈해 인터넷상 기업, 국가 및 국민의 각 입장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율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만 부담할 수 없다는 다소 이기적(?)이고 볼멘 푸념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 저커버그는 지난 4월 30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개발자회의 F8에서 사적인 디지털 거실(Digital Group Living Room 또는 Private Digital Living Room)에 대해 언급했다.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공개광장의 개설자보다는 사적인 의사소통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통신수단 제공자로 최대한 그 자세를 낮췄다. 이와 같은 방향 선회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향후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링 의무, 부담 등을 가능한 피하거나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는 공개 광장을 개설한 사업자이기 때문에 언론사에 준하는 업로드물에 대한 관리 감독의무와 역할을 가져야 한다는 전 세계의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 해악적인 업로드물에 대해서도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상황에 내몰렸다. 과도한 사회적 책임 내지 법적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방향모색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됐다. 저커버그는 선제적 시도의 일환으로 디지털 거실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와 역할을 공개광장의 개설자가 아니라 사적인 디지털 거실만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역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자 한 것이다. 플랫폼 내부의 사적 활동에 대한 책임을 가능한 면하고자 하는 데에 초점을 둔 발언이다. 그렇지만 공개광장이든 사적 디지털 거실이든 여기서 광고 수익을 얻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업로드물의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고 있는 이상, 업로드된 내용물의 저작권 침해 등 위법사항에 따른 불이익과 법적 관리감독 책임을 당연히 부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위기상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비약의 출발선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도전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인터넷 플랫폼상에 축적된 수많은 정보와 자료로 수익을 창출하면 반대로 이로 인한 프라이버시 권리침해 등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 공개 광장에서 디지털 소비자로부터 많은 호응과 박수를 받은 기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사적 디지털 거실의 제공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만으로 각종 개별국가의 규제를 제대로 피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특히 저작권료 지급이나 업로드물 필터링 조항의 관리감독 부담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규제 리스크를 제대로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저커버그의 소위 ‘사적 디지털 거실’로의 사업방향 전환은 시기적절해 보인다. 그리고 이 발언이 시사하는 바 역시 크다. 인터넷상의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상에서 점차 인권과 사적 통제를 되찾고자 하는 시도와 노력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같은 시련은 장차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 분위기는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상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권리’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점차 ‘프라이버시 권리’가 새로이 강조되는 흐름으로 가는 듯 하다. 규제의 기본 방향 역시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권리’가 사업 특성에 맞게 적정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될 것이다. 아무쪼록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창조적 아이디어 창출과 규제 정책과의 조화 등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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