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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의 법 이론과 현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은 연례적으로 항상 혼란스럽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당일 휴무하는 곳과 정상 업무를 보는 곳으로 크게 나눠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더욱 놀라운 점은 택배 기사 등 특수직 근로자는 정작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는 제외되었는데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는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5-02 /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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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에 당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발생하는 게 안타깝다. 당일 휴무를 하는 곳과 아닌 곳으로 나눠져 사실상 업무 진행이 어렵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매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 날에 관한 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로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 중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특히 특수직 근로자는 어떻게 할까? 문리적인 해석에 의하면 유급휴일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택배 기사, 캐디 등 특수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법원이 해석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가 이 법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상적인 법 규정의 문제점과 형식적인 법 해석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황당한(?) 현실을 초래한 셈이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열악한 처우의 특수직 근로자는 정작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것이다. 당초 법 취지와 달리 현실은 주객전도됐다.
 
먼저 근로자의 날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면 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 및 유혈탄압을 위한 경찰에 대항해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날(May Day)이었다. 이후 1889년 7월 세계 여러 국가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 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5월 1일을 메이데이로 기념해 오고 있다. 메이데이 때마다 벌어지는 근로자들의 시위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는 9월 첫째주 일요일, 뉴질랜드는 10월 월요일, 일본은 11월 23일을 노동절(Labour Day)로 정해 놓고 있다.
 
먼저 근로자의 날에 관한 법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법에 의하면 근로자의 날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단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대한 유급휴일이다. 법적으로 당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당일 근무를 하게 되면 기존 임금 외에 휴일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월급제 근로자는 통상 임금의 50%를 가산 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시급제 근로자에게는 2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즉 유급수당 100%와 당일 근무수당 100%, 휴일 근무 가산수당 50%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이 법의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특수직 근로자다. 이들은 적용대상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당일 유급휴일이 아니다. 이들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되는 것일까? 먼저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근로자가 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특수직 근로자이다. 특수직 근로자의 경우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법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법원은 특수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아니나 노동조합법 그리고 민법상의 근로자성은 인정하고 있다. 법원의 해석의 결과 소위 말하는 ‘근로자’이면서 정작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근로자의 날에 정작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발생하게 됐다.
 
법률전문가도 헷갈릴 정도로 근로자 보호의 문제가 각 개별법상 상이해 복잡하게 엉키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입장에 있는 특수직 근로자의 보호가 미흡한 점이다. 이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을 통해 동 법의 적용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뿐 아니라 특수직 근로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무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근로자의 날을 관공서 공휴일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공무원들이 공무원의 평등권 내지 행복 추구권 침해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는 그 직무 성격의 차이로 인해 근로조건을 정함에 있어 그 방식이나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을 법정 유급휴일로 정할 필요성에도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헌재 2015.5.28. 2013헌마343) 여기에서 반대 소수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날을 법정 유급휴일을 정한 것은 … 의미 이외에도 근로자의 날이 갖는 의미의 중대성을 고려해 모든 근로자로 해금 각종 기념행사와 연대 활동에 보다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보장해줌으로써 근로자의 날이 갖는 의미를 보다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기 위함이다. …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 전체의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모든 근로자에게 동등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근로자 날 제정에 관한 법의 본래 취지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추가 유급휴일 수당을 받게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나름 수긍이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 상황이다. 근로자의 날에 관공서가 휴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의 다수 업무가 관공서와 긴밀하게 연계가 있다고 보니 당초의 근로자의 날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항소 기한 등 법정 시한을 산정함에 있어서 근로자이 날이 마감일이면 당일까지 준수돼야 한다. 만일 근로자의 날이어서 근로자가 쉰다는 이유로 당일 접수가 되지 않으면 권리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럴 경우 근로자의 날의 본래의 취지가 반감되는 불합리한 현실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회사마다 근로자의 날에 일부 직원을 근무하게 하고 별도의 휴일 수당을 지급하는 업무를 행하게 할 수는 있다. 재무사정이 좋은 대기업의 경우는 큰 부담이 없지만 열악한 개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된다. 결국 관공서가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하지 않아 당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일반 근로자에게 현실적인 부담을 가져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리고 휴무를 하는 곳과 정상 영업을 하는 곳이 천차만별이어서 근로자의 날은 휴일인지 정상 영업일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거의 모든 회사는 휴무를 하는 데 반해 정작 관공서는 정상 영업을 하고 있어서 혼란을 가중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근로자의 날의 업무수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면서도 애매하기만 하다.
 
차제에 매년 근로자의 날에 겪는 혼란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특수직 근로자가 근로자의 날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이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대한 법원의 판례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특수직 근로자에 대한 통일된 법이 별도로 제정돼야 할 것이다.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법 논리에 의해 상식과 괴리를 초래하는 현실은 조속하게 해결돼야 한다. 가능하면 내년에는 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이와 같은 혼란스러움과 안타까움이 해소되고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며 기념할 수 있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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