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한 소설가와 미스 코리아 출신의 부인이 44년간의 결혼생활을 마치고 졸혼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졸혼이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부인은 당초에 이혼을 원했으나 남편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 이혼 아닌 졸혼에 이르게 됐다. 70대 중반과 60대 중반의 졸혼, 이후의 제2 인생 설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법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이혼과 졸혼은 과연 어떻게 구분이 될 것인가? 그 중 어느 길을 선택한 경우 행여 유의할 점은 없을까?
이혼은 어느 정도 익숙한 법률용어이다. 이에 반해 졸혼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다. 즉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2004년 일본의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자신의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어느 학자는 이 용어가 인도의 ‘해혼’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간디가 37살에 자신의 부인에게 해혼을 제안했고 부인이 고민 끝에 동의를 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인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혼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죽음이 머지않은 나이에 죽음을 마주하며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하나의 과정이자 절차로 보인다. 간디는 해혼 이후에 고행의 길로 나아갔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졸혼 자체가 법률용어가 아니어서 졸혼에 대한 정의, 절차 및 요건, 그 효력 등에 대한 아무런 법률 규정이 없다. 졸혼은 법률상 혼인은 유지되나 상호 합의에 의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이라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로 이루어진 자율적인 합의에 의한 새로운 '사실상 혼인종료' 내지 '변형된 사실상의 이혼' 형태로 보인다.
따라서 법률적인 눈으로 보면 여전히 혼인관계가 유지된다. 따라서 졸혼시에 당사자 사이에 달리 별도의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 간에 인정되는 동거의무, 부양의무 내지 정조의무가 그대로 유지된다. 상호 합의 즉 '졸혼합의서'에 의해 재산을 나누더라도 이는 부부 간의 증여로 과세 대상이다. 유의할 점은 졸혼시에는 이혼과는 달리 법률상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재산분할은 법률적으로는 '재산분할'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률상으로는 졸혼에 의한 재산분할은 그저 '증여'에 불과하다. 그나마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주장하기 위하여서는 졸혼 시에는 반드시 졸혼계약서를 명시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졸혼합의서를 작성할 때 재산분할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세무 등을 부담할 당사자와 그 부담 비율을 정하는 등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졸혼 시에는 여러 면에서 상세하고 자세하게 약정해 상호 분쟁을 미리 막고 상호 권리의무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거 또는 별거 및 이에 따른 권리와 의무사항, 생활비 및 재산 분할 문제, 세금 부담, 상호 이성 문제 등 가능한 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명확하게 상호 권리·의무를 규정해야 한다. 졸혼에서 당사자를 구속하는 자율적인 자치 법규(?)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서인 졸혼계약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혼은 법률상 용어이고 이의 요건, 절차 그리고 그 법률상 효과에 대하여는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민법에서 이혼의 의미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를 정의하는 문구가 달리 없다. 이혼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에 의해 혼인관계를 인위적으로 소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혼을 하면 자녀양육권, 면접교섭권, 재산분할 청구권 및 위자료 청구권 등이 발생한다. 황혼이혼은 자녀양육권이나 상대방이 갖는 면접교섭청구권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녀들이 성년의 나이를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주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이다.
이혼은 위자료 청구 및 재산분할이 미묘한 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재산분할은 원래 공유로 추정된 것을 분할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자기의 지분을 되찾는 것이다. 달리 세금이 없다. 현금으로 위자료를 받으면 증여세 등이 면제된다. 현금 대신 당사자 일방이 소유하는 부동산으로 대물 변제한 때는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위자료로 부동산을 준 사람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유의할 점은 대물변제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그 원인을 편의상 ‘증여’로 기재하는데 반드시 이혼 전에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 등기할 필요가 있다. 이혼한 후 위자료로 부동산을 주는 경우 이미 이혼한 상태이므로 배우자 공제 6억원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질 과세원칙에 따라 다툼의 여지는 있다. 다만 불필요한 소송 등 절차를 피하기 위하여서는 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취득 시점이 상호 다르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위자료 명목으로 부동산을 이전하면 이전 받은 배우자의 취득 시점은 그 사람 앞으로 명의변경이 되는 소유권이전 등기 접수일이 된다. 반면 재산분할은 달리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받는 사람의 부동산 취득 시점은 상대 배우자가 이를 최초로 취득한 시점이 된다. 따라서 위자료는 부동산을 이전받은 사람이 유리하고, 재산분할은 부동산을 이전해 주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혼 시의 복잡한 재산분할 절차를 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민법 829조에 의해 혼인 전에 미리 재산분할 약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혼인 전부터 원래 자신의 자산이 많은 배우자의 경우 혼인 전에 재산분할의 대상, 분할 방법 등에 관해 좀 더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은 혼인 전 재산분할 등 약정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한국은 아직 미흡한 편이다. 앞으로는 일반화될 소지가 높다. 참고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 법원에서는 혼인 중에 재산분할을 포기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졸혼을 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 구체적인 권리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졸혼계약서상의 합의 사항만으로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발생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하여 상호 충돌이나 분쟁시 이를 신속·원만하게 조정·중재하는 절차 등에 대하여도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혼에 대비해 결혼 전에 재산분할 약정을 미리 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동산에 대한 재산분할 내지 위자료 지급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세금 등 제반요소를 고려해 적정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약정하고 이에 상호 대비하여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다소 무리가 있을 지 모르나 재산 분할 청구 등에 대비해 해당 자산의 성격, 각자의 기여도 등에 대해서도 평소 정리하고 메모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