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법 규정은 외형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법령과 크게 다름 없이 기본적인 골격은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일견 보인다. 그렇지만 사적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여 기본적인 특징은 전체 조문이 너무 간단하고 세부사항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법칙조항이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심지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규정이 전혀 없다. 즉 어떠한 행위가 위법행위이며 이에 따른 그 법정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법 위반의 경우에는 정상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라고만 막연히 규정한다. 이는 곧 법집행의 자의적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해당법의 실효성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즉 법 조문과 실제 운용에서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자신들의 사회체제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이 모든 법 규정에는 반드시 명시적으로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기존의 체제의 유지가 그 모든 것에 우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식재산 관련 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중에서 저작권법과 상표법을 살펴보면 해당 산업이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여 일단 조문이 너무 간단하고 원론적인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기본적인 절차나 이에 따른 세부사항에 대한 조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만 법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여질 정도이다. 따라서 실제 운용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보여진다. 법 규정만으로는 해당 산업의 시스템이나 그 운용현황을 파악하기는 거의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해당분야의 개관적인 이해를 위하여서는 관련 법조문을 살펴보는 것 이외에 달리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이번에는 북한의 지식재산분야 중 저작권 분야와 상표 분야에 대하여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의 저작권법은 2001년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정령으로 채택되어 2012년에 수정 보충되어 왔다. 총 조문은 저작권법의 기본, 저작권의 대상, 저작권자, 저작물의 이용, 저작인접권자, 저작권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의 6개의 장과 총 48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는 저작권법의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저작물의 리용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예술과 과학기술발전에 이바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제6조(저작권 보호의 제외대상)이다.
“출판, 발행, 공연, 방송, 상영, 전시 같은 것이 금지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보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공산주의 정책 목표와 맞지 아니하면 출판, 발행, 공연 등이 금지될 뿐만이 아니라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부분이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저작물의 보호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남한 저작물의 경우에 이 조항에 의하여 저작물로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의 내용에 대한 내용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다만 주목할 조항은 저작권자의 재산적 권리를 다른 나라 법인이나 개인에게 양도하고자 할 경우에는 해당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 저작물의 양수시에는 반드시 해당기관의 승인여부를 체크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양도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물의 재산적 권리 보호 기간은 우리와 달리 사망한 후 70년이 아닌 50년까지이다. 그리고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해당기관이 승인을 받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저작물의 이용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고 이 경우 저작권자나 승인한 기관의 합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의 이용요금은 가격제정기관에서 정한다.
저작물의 무허가 이용 즉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경우 중의 하나가 “국가관리에 필요한 저작물을 복제, 방송하거나 편집물 작성에 이용하는 경우”이다. 이는 곧 정부가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아무런 허가 등의 절차없이 자유로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조항이다. 이 규정은 북한 정권의 제한 없는 저작물의 이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조문으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작물을 이용하여 공연, 녹음, 녹화, 방송을 한 자 또는 그의 권리를 넘겨 받은 자를 저작인접권자로 규정하고 이를 보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행정적인 책임이나 형사적인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 47조에서는 “ 이 법을 어겨 저작권사업에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기관, 기업소, 단체의 책임있는 일군과 개별적 공민에게는 정상에 따라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라고 개괄적이고 막연한 추상적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정 법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범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다. 법조문 자체에 법집행의 자의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분쟁 발생시는 기본적으로 협의에 의하고 이로써도 해결이 안되면 중재 또는 재판기관에 제기하여 해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문을 보면 북한에서도 의외로 중재가 상당히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실제 중재가 어떠한 절차인지 그 의미와 그 활용 현황 등에 대하여는 알 길이 없어서 아쉬움이 있다.
상표법은 1998년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으로 채택하여 2012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수정보충되었다. 전체는 상표법의 기본, 상표등록의 신청, 상표등록의 심의, 상표권의 보호, 상표사업에 대한 지도통제의 5개 장 총 50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조에서는 “서로 다른 생산자 또는 봉사자의 같은 제품이나 봉사를 구별하기 위하여 글자, 그림, 수자, 기호, 색깔, 3차원적인 형태 또는 그것들의 결합체로 밝히는 표식이다”라고 상표를 정의하고 있다. 다만 냄새나 소리 상표 등에 대하여 상표성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조항은 제 21조이다. 상표로 등록할 수 없는 표식, 표기의 하나로 “우리나라(여기에서는 북한)를 비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나 지역에서 등록을 신청한 표식 또는 표기”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등록된 상표는 이 조항에 의하여 상표로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제33조에 의하면 “해당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는 상표권을 양도하거나 등록된 상표의 사용허가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에 근거하여 상표권의 자유로운 이전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법조문들을 살펴보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법으로 재정비되기 위하여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산업이 조성되어야 이에 따른 법의 정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부분이 아닐 것이다. 아쨌든 북한이 좀 더 대외 개방경제체제를 취하여야 이들 법규정의 개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은 법조문이 산업현황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형식적으로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북한에서의 저작물 내지 상표의 보호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임에 분명하다. 이는 남북 경협 등에 있어서 상호 협의하고 논의하여야 할 부분이 결코 적지 아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좀 더 호흡을 길게 하고 이성적으로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이 글로벌 스탠다드의 수준에 맞는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도록 지켜 볼 일이다. 물론 가능한 범위내에서 필요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북한법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혀 나갈 필요는 있다. 결코 조급하지 않고 냉철한 이성적인 접근과 노력만이 남북 상호간의 이해의 폭을 증대시켜 줄것이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