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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스튜어드십 코드 통해 본 주주 행동주의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투명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투자 기업의 합리적인 경영을 도모할 뿐만이 아니라 연기금 수익자의 장기수익가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3-29 /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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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통하여 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를 정립하고 나아가 이를 통하여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단계 높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7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는 시각과 “연금 사회주의 폐해”를 우려하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는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는 실패하였으나 여전히 회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하여 회사 지배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앞으로의 사태 역시 관심사항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회사법 역사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사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 있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다름 아닌 이사 선임 정족수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으로는 사내이사 선임의 경우 일반 결의사항으로 출석 주주 과반수의 찬성이면 족하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경우 회장 자신들의 경영권을 더욱 더 공고히 하고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로 특별 결의사항으로 강화한 것이 이번에 부메랑으로 나타났다. 만약 대한항공이 사내이사 재 선임사항을 특별결의 사항으로 변경하지만 않았어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부결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낯선 용어 '스튜어드십 코드'란?
 
이 대목에서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는 용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양에서 ‘대저택 집사’를 부르는 스튜어드(Steward)와 ‘지침’ 내지 ‘규정’이라는 의미의 코드(Code)의 합성어로 의결권 행사지침으로 해석된다.
연기금의 경우 연금고객 내지 수익자를 위한 대리인으로서 집사처럼 고객자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주주의 의결권 행사도 그중 하나로 보는 것이다.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내부적인 자율지침을 준수하여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는 7가지 원칙으로 구성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 업무수행의 공개, 이해상충의 해결 및 그 공개, 투자 대상회사의 주기적인 점검, 행사 시기, 절차 및 방법에 대한 내부 지침화, 지침과 세부기준의 공개(의결권 행사의 내용과 그 사유도 공개), 고객과 수익자에 대한 정기적 보고 및 전문성 확보로 크게 대별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캐나다 연기금 및 기타 다른 나라의 연기금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기본적인 논리는 적극적인 의결권의 행사가 투자기업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해당 연기금의 장기 수익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데 바탕을 둔다. 가까운 일본은 2014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였고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시행해 왔다.
그러나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그간 부진하다가 작년에 와서야 국민연금이 이를 채택하면서 다른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스튜어트 코드의 부정적인 시각은 주로 재계 또는 경영자 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데 그 주된 논거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은 그 안전성과 수익성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의 관점에서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연금자산을 유용할 위험성 등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국민연금 기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진을 감시함으로써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향상시켜 연기금의 장기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는 시대적 대세

이러한 논란에도 전 세계적인 주된 흐름은 연기금 등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대세다. 물론 의결권 행사과정에서 정부 등의 부당한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의결권의 행사는 반드시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재벌의 일가 지분이 0.01%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해당 기업의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은 그보다 훨씬 높아 거의 20%를 넘어서 이를 통하여 자회사 등 일련의 재별 기업에 대한 지배 내지 경영권을 확보하여 온 것이다. 이같이 소수의 지분을 가진 일부 재벌 일가가 지주회사의 지분구조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극히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거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런 사회현상은 지양되어야 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경영진은 지배주주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소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여 대리인으로서 모든 합리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성이 있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들 경영진들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무엇보다도 투명성과 객관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모든 과정의 공개를 기본 철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실패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기업경영진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의미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는 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이에 그치지 아니하고 더 한 걸음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감히 기대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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