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지급수단의 하나로 여겨지는 가상화폐는 기존의 화폐 등 지급 수단과 대비하여 볼 때에 상대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외로의 송금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그 송금 비용이 거의 들지 아니하고 나아가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강점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동시에 노정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높고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테러나 불법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가상화폐가 무엇일까? 이는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고 이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통합.정리된 바가 없다. 간단하고 쉽게 설명을 하자면 “달리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일정한 범위내에서 교환수단 내지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형태의 자산”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블록체인 시스템과 결합하여 지급수단의 이중사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화폐에 준하는 지급수단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거의 6천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중 50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의 앞으로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어 회장의 경우는 비트코인은 망상이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반면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퍼거슨 하버드교수는 비트코인을 비판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미래는 다소 불확실한 면이 있다. 그렇지만 가상화폐 즉 디지털 화폐는 법정통화로의 인정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디지털시대에 적어도 제한적인 범위내에서는 지급 수단 내지 결제 수단으로써 어느 정도의 역할과 기여를 하고 또한 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실제로 지금도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결제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는 등 그간 상당히 괄목한만한 성장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기존의 아나로그적이고 일부 기축통화에 의존한 글로벌 화폐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를 도저히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기존화폐의 경우 해외송금시 관련 비용이 높고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하여 가상화폐는 저렴하고 빠르며 나아가 거래의 비밀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선호될 수 밖에 없다. 즉 국경없는 간편결제시스템에 대한 금융시장의 수요 해결이 관건인 셈이다. 이에 대형 은행의 경우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해외송금에 사용하는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시스템을 재편하고자 하는 움직임마져 일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기존의 규제 당국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근심거리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통화 당국에게는 정책의 수립과 그 집행과정에서 가상통화가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가상통화의 등장은 그리 반갑지 아니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대적인 큰 흐름은 거스리기 어렵다. 물론 기존의 정책 당국자 들의 일부 우려는 충분히 이유가 있고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우려 때문에 미래의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상화폐산업에 대하여 부정적내지 소극적 접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아니하다.
그러면 세계 각국은 가상화폐에 대하여 과연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미국은 일찌기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관련 법을 정비한 바 있다. 즉 모델 가상 화폐법을 제정하여 이에 기초하여 각 주에서 자신들의 실정에 맞는 가상 화폐법을 제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회사법의 개정을 통하여 가상통화의 유통 및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뉴욕주는 가상 화폐 시장에의 진입과 가상 화페 기업에 대한 업무를 규제하고 나아가 자금 세탁 등을 규제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2014년의 가상화폐 관련 회사의 파산으로 인하여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되자 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금결제법과 범죄수익이전방지법을 개정하였다. 이들 개정 법률에 의하여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이들 법이 기본적으로는 가상화폐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점에서는 스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위스는 한때 금융 비밀주의를 채택하여 전 세계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국제금융업이 정점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후 계좌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하여 마침내 금융 비밀 주의를 포기하였다. 그 이후에 금융산업은 급격한 몰락의 길로 내몰렸다. 이에 이번에는 가상화폐를 통하여 과거의 금융강국으로서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야심찬 범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스위스 모두 일찌기 부터 가상화폐가 가지는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여 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산업의 육성에 결코 소홀함이 없어 보인다. 지역공동체인 EU는 현재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회원국 들과 논의가 활발한 상태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는 그간 가상통화에 대하여 달리 직접적인 규제정책을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우리나라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게 만드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현 시점에서는 가상화폐산업실체에 대한 현실적 인정 및 이에 따른 제도권으로의 수용 내지 지원 측면에서 관련 법 제도를 검토할 단계라고 본다. 일찍부터 관련법을 제. 개정한 미국, 일본 및 스위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관련법의 주요 쟁점과 관련하서는 그간 많이 논의되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먼저 가상화폐사업자에 대한 인가제 등을 통하여 이용자들의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업무 내용에 대하여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제역시 불가피하다. 즉 관련 거래 내역의 보관, 보고 및 검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를 위하여 의심거래나 특정 거래 등을 보고할 의무를 이들 사업자들에게 공히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가상화폐기업의 파산 등의 사태에 대비하여 일정한 영업준비금을 별도 예치하도록 하거나 보험 등의 가입의 법적 의무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투자유치과정 등에서 불공정한 행위는 규제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2개의 개별법의 개정을 통하여 가상화폐 대한 규제를 반영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규제 조항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그간 우리나라의 정책 당국에서는 불필요한 규제가 가상화폐산업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달리 특별한 직접 규제를 하지 아니한 것은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나름 유의미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상 화폐 산업의 규모가 점차 증대되어 가는 현시점에서는 이제 법제도권으로 이를 편입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즉 최소한도의 규제와 아울러 가상화폐 산업을 지원하는 차원의 법제도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가상화폐산업의 육성과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실효성있는 이용자 보호도 시급한 현안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이 불법자금이나 자금세탁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법제도적으로 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화폐산업의 태동과 그 발전을 도모하고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정보통신기술분야의 선도국으로서 가상화폐 관련 법분야에서도 국제적인 모델법을 제정하여 글로벌시장에 널리 알림으로써 이들 시장에서도 선점할 수 있는 기초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