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성문법으로는 헌법, 법령, 정령, 결정, 명령 및 지시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헌법은 문자 그대로 가장 근간이 되는 근본 법이고 법령은 최고 인민 회의에서 제정하는 그 다음 상위의 법이다. 즉 우리나라의 국회 제정 법률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법령의 경우는 다양한 국가기관에서 이들 법령을 제정하게 되는 데 상호 모순되거나 충돌되는 경우에는 기관 상호 간의 위계질서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 순서를 예를 들어 보면 최고인민회의의 결정,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의 정령과 결정, 내각의 규정 및 내각위원회와 내각의 성의 지시, 지방인민회의의 결정 및 지방 인민위원회의 결정과 지시의 순에 따른다고 하니 조금은 생소하고 복잡한 면이 있다. 다만 사회주의 특성상 기존의 관행 등의 타파에 기초하고 있는 연유로 관습법과 판례법은 인정되지 아니하나 조리의 법원성은 인정된다.
그렇다면 남북 경협이나 향후 통일(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에는 다소 요원해 보인다.) 등의 경우에 가장 관심이 많을 토지 등 부동산과 국공영 기업과 관련한 법 제도는 어떠할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이므로 토지 등의 사유재산은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다. 농업협동체제에 따른 토지 공유제가 근간이다. 즉 협동조합 소유토지의 공동경작으로 농작물의 분배가 이루어진다. 다만 협동조합소유 이외의 농지 즉 텃밭 등에서의 사적 이용은 가능하고 나아가 국유토지의 허가절차에 의한 유상이용이 허용된다.
토지 등의 이용과 관련하여서는 북한 내국인의 경우는 토지법과 부동산 관리법이 적용된다. 외국인에 대한 법령으로는 합영법, 합작법 그리고 외국인투자법이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경우 최장 50년간의 임대가 가능하다. 또한 임대 기관의 승인 하에 양도. 저당이 가능하다. 나선지구와 같은 경제특구에서는 입찰과 경매에 의한 구입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구입대금은 토지이용권의 양도에 대한 대가인 토지임대료와 토지사용에 대한 대가인 토지 사용료로 이원화되어 있다.
그런데 경제 특구의 경우에도 북한 내국인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토지거래가 불가능하고 북한 내국법인의 경우에만 허용되는 등 다소 경직되고 폐쇄적인 운용을 하고 있다. 이는 경제특구의 영향이 북한 내국인에게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외자기업에 대한 토지사용권과 그 유통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사례를 따른 것이다. 다만 중국 과의 차이는 토지사용권 구입 대가가 토지 임대료와 토지 사용료로 이원화되어 있고 북한 내국인에게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관리법 등의 규정에 의하면 토지 이용권의 판매는 계약과 공증기관의 공증에 의한다. 그리고 임대기관의 승인을 거쳐 토지 이용권 명의 변경등록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은 부동산 등기제도는 없고 단지 등록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의 공시제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향후 북한의 개방화 정책이 가속되는 경우와 나아가 통일 등의 경우를 가정하였을 때 부동산 내지 국 공영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우는 경제 특구를 중심으로 외자 기업 내지 외국인에 대하여 중국 등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토지사용권 개념하에서 토지 등의 이용 및 이의 유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향후 통일이 되는 경우에 무엇보다도 북한의 부동산 문제는 크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통독의 경우에 이를 관장하기 위하여 별도의 신탁청을 만들어 이를 처리한 사례가 참조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부동산 등의 경우에 그 가격이 상당 기간 급등할 것은 명백하여 이에 따른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할 것이기 때문에 더 우려되는 점이 있다. 비근한 예로서 동독 부동산에 대한 서독 원소유자 110 만명이 거의 230만 건 이상의 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들 수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일부는 이런 사정 등에 대비하여 북한 토지의 토지권리증을 매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할 정도이니 더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현재 남북한 관계법 규정이 다른 상태에서 이와 같은 분쟁의 합리적인 조정은 쉽지 아니한 문제이고 잘못하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요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통독의 경우는 토지 원상회복의 제한 및 최소한도의 보상이라는 원칙을 취하여 접근을 하였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점진적인 연구는 민간차원뿐만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의 연구작업을 서두를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공영 기업의 경우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통독의 경우는 별도의 전문기관으로 새로 신설된 신탁청에서 국유기업의 매각을 통한 사유화를 도모하고, 다만 재생 불가능한 기업은 이를 폐쇄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였다. 우리의 경우도 기본적인 틀에서는 이를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만 각론 부분에 들어가서는 좀 복잡한 양상을 띨 수 밖에 없다. 사유화의 경우에도 그 주체를 경영진에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종업원에 둘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고려할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 역시 통독의 사례를 연구하여 다양한 대안과 이에 따른 혼란방지 및 그 집행의 적정성 등에 대하여 지금부터 그 기초적인 연구작업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개방화를 촉진하게 되면 향후 북한이 산업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부동산 등의 경우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할 것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해외투자의 일환으로 북한을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시각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북한 법령체계 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실제 구체적인 법령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와 연구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북한의 산업 내지 부동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도 유의미할 것이어서 관련 연구가 좀 더 체계적으로 세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독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의 개방화에 따른 남북 경협 그리고 통일 등을 정치적인 차원이 아닌 실증 경제적인 측면 즉 해외 투자의 일환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면 분명 기회의 시점임은 분명하다.
수년 전에 필자가 독일의 중견 로펌에서 방문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경험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그 당시 해당 독일 로펌의 각 지역 사무실을 다니면서 한국법 등에 대하여 특강을 하면서 현지 독일 변호사들과 식사 등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드레스덴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나눈 현지 독일 대표변호사의 사례는 당시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드레스덴 사무실의 현지 대표변호사는 통독이 되자 마자 과거 동독점령 지역이었던 드레스덴에 아무런 연고도 없이 정착하여 현지의 동독 변호사를 고용하고 거의 최초로 서독형 법률사무소를 개설한 것이었다. 통독 후에 동독지역이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자신의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였고 지금은 큰 성공을 거두어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당시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뮌헨 등 주변의 대도시에서 자리를 잡았다면 그냥 평범한 고용 변호사 수준의 삶에 만족하여야 하겠지만 자신은 자신의 과감한 도전정신에 의하여 독일의 피렌체인 아름다운 드레스덴에 와서 현지의 동독 변호사와 협업하여 나름 성공적인 삶을 이룬 것이다. 아직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아니한 동독 점령지역에 최초로 선점하여 나름 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지금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서 자신의 선택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아주 환한 미소로 필자에게 이야기하였기 때문이다.
한국변호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그의 도전적이고 성공적인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이제 정치적이 아니라 좀 더 냉정하고 도전적인 시각에서 다시 말하면 글로벌 시대의 해외투자의 일환으로 북한을 바라볼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미개척지에 대한 다소의 두려움이 있기는 하겠지만 도전정신으로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이에 따른 준비작업 및 그리고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에 과감한 실행은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