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혁신적인 산업 아이디어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규제가 이들 혁신적 아이디어 산업의 태동과 그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각국은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여 새로운 혁신기업의 수요를 수용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 중의 하나가 영국이다. 영국의 경우는 핀테크 영역만도 연간 200억 파운드 규모에 달할 정도로 스타트 업 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그리고 중국도 후발 주자이기는 하지만 “우선허용 및 사후규제”라는 기본 정책기조를 표방하여 나름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는 금융 강국에 맞게 금융 샌드 박스 제도를 2015년부터 도입하여 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홍콩 및 싱가포르에게도 영향을 미쳐 2016년에는 이들 국가에서도 이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샌드 박스”라는 용어는 문자 그대로 모래 공간을 말한다. 즉 어린 아이들이 모래를 가지고 마음껏 놀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또한 일거에 이를 부서버릴 수 있는 놀이터를 말한다. 이를 규제영역에 적용하여 어린아이와 같은 스타트 업 기업으로 하여금 기존의 관념이나 규제에 상관없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규제 샌드 박스라고 한다. 규제 샌드 박스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심사를 통하여 한시적인 기간 동안 “우선 허용 및 사후 규제” 원칙 하에 새로운 혁신적 비즈니스를 임시 허가하는 규제특례를 말한다. 이와 같은 시험적 운용을 통하여 그 성과 등이 검증되는 경우에 후속 주자에 대하여는 패스트 트랙절차를 통하여 해당 사업을 허용하고자 하는 운용체제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샌드 박스의 운용 필요성에 공감하여 이를 작년 말부터 법령 제. 개정 작업을 통하여 올해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법령이 정보 통신 융합법, 산업 융합 촉진법 그리고 금융혁신지원법이다. 이들 법령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나 관할 산업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법령에 이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정보통신 분야, 산업 분야 그리고 금융 분야로 나누어지고 이에 따라 각 주무부서인 과기정통부, 통상부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관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골격이나 운용형태는 거의 동일하다. 즉 특별 심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샌드 박스를 허용할 혁신산업서비스를 선정한다. 일단 선정된 기업 에 대하여는 “우선 허용 및 사후규제”라는 특례를 제공한다. 일정한 규제의 적용을 배제하고 나아가 임시적으로 사업허가를 부여하여 서비스 제공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한다. 해당 특례 규정의 적용기간은 기본적으로 2년이고 1회에 한하여 연장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해당 기업에서 입증하면 일체의 손해배상책임에서도 면하게 하여 혁신서비스를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올해 들어서 그간 임시 허가된 사업영역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면이 보인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선정된 모바일 기반의 행정 공공기관의 전자고지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에 시기 적절한 서비스로 보여 진다. 그간 등기우편 등으로 고지가 이루어지다가 보니 비용낭비적인 측면 그리고 사업자 및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한 제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과감하게 혁신한 것이다. 그리고 의학 분야에서 손목 시계 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 그리고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서비스 등 역시 소비자 편익을 크게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규제 샌드 박스제도가 없었다면 기존의 규제 하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실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에는 관계 주무 부서로부터 허가를 받기에도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규제 샌드 박스의 운용이 제대로 활성화되어 혁신 아이디어 산업이 육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규제 샌드 박스가 산업별로 주무 부서별로 나누어지다가 보니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복잡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해당 규제 샌드 박스 시스템의 기안을 정책당국자가 하다가 보니 당연히 행정 편의적으로 도안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재검토하여 이를 신청하는 기업친화적인 방향으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규제 샌드 박스 창구를 통합하여 이를 단일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신청하고자 하는 모든 분야의 기업들이 이와 같은 단일 창구에 접수를 하면 해당 창구에서 내부적으로 해당 분야별로 의견조회를 거쳐 해당 기업을 선정하는 절차로 바뀌는 것이 보다 바람직 할 것이다. 그리고 관련 법령을 통합하거나 산만하게 분산되어 있는 개별법 전체를 통합하는 하나의 모법을 만들어 이와 같이 기업친화적인 방향으로 규제 샌드 박스가 운용되도록 관련 법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개별법 들에 대하여도 개별적인 검토가 다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금융혁신지원법의 경우에 신청자격을 국내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상법”상의 회사로 한정하고 있는 데 이 부분은 수정내지 삭제를 할 필요가 있다. 이 조항은 외국기업이나 국내에 있는 외국의 지점 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제 목표시장이 글로벌 시장이고 나아가 글로벌 디지털 시대인데 굳이 신청 자격을 국내 회사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제한이 없어서 2015년 시행이후로부터 캐나다, 싱가포르 등 외국기업이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외국기업에 대하여도 과감하게 이를 개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 혁신 아이디어 서비스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신청기업을 제한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좀 더 글로벌 시각에서 금융 산업의 혁신에 주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혁신적이고 참신한 금융서비스가 도입되어 서로 경쟁체제가 될 때에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조항의 경우 규제당국이 국내 금융기관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잘못된 정책방향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면이 있다. 그간 금융규제당국의 퇴직 관료가 국내 금융기관의 장을 거의 독점함으로서 규제당국과 국내 금융기관사이의 상호 일종의 카르텔 내지 상호 보호막을 펴왔기 때문에 다른 산업분야에 비하여 국내 금융 산업의 국제화가 현저하게 뒤처지게 되었다는 일부의 주장을 새삼 상기해 주기 때문이다. 좀 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국내 금융시장을 과감하게 외국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에게 개방하려는 자신감과 의지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개방적 경쟁체제의 도입이 국내 금융기관의 체질을 좀 더 글로벌 친화적이며 글로벌 경쟁력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아니한다. 참고로 이제 국제 금융 산업 분야도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경쟁력이 있고 실제로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실제 런던 등 EU 시장에서의 국내 은행들이 거두고 있는 엄청난 가시적 성과를 결코 폄하하여서는 아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 역시 해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에 맞추어 금융정책 등 제반 금융 인프라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규제 샌드 박스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 보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을 놓쳐서는 아니 된다. 즉 부분적인 규제 샌드 박스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포지티브 시스템이 아닌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정책기본 방향을 바꾸어 시장 자율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혁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근본적인 규제환경을 전환하여 이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도 해결하여야 할 당면 현안과제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