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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이미지_픽사베이) |
한국의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한다. 그 예로 음악, 미술, 영상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노력에 의하여 어느 정도 독창적인 창작물로 음식의 맛이나 향기 등이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예”와 “아니오”다. 적어도 EU법원에서 향기는 저작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음식맛은 저작물이 아닌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표현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논리는 어디에 근거하고 있을까?
2006년에 화장품회사 랑콤은 케카파(Kecafa)를 상대로 이 회사가 자신의 트레조르(Tresor) 향수를 모방하였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향기를 객관적으로 묘사할 수 있느냐 였다. 랑콤은 “향기가 지각능력으로 인지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독창성이 있으며, 저작권자의 특징 등이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향기는 장미 등 여러 요소를 결합하여 장기간의 노력을 투입한 결정체”라고도 했다.
네덜란드 대법원은 랑콤의 주장을 받아들여 향기의 저작물성을 인정했다.
반면 EU 법원은 음식맛에 대해선 다른 결론을 내렸다. 네덜란드의 한 크림치즈 생산업체가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주력품의 맛을 베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EU의 최종 사법기관인 유럽사법재판소는 고심 끝에 ‘음식맛은 너무 주관적이어서 객관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기에 저작권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음식맛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좀 더 명확하고 객관적인 맛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맛은 음식을 맛보는 사람, 연령과 음식에 대한 선호, 환경 그리고 음식을 먹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향기와 비교하여 볼 때 논란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 향기 역시 주관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향수는 일찍이 산업화의 과정을 거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음식맛은 아직 독자적인 산업화의 과정, 특히 체계적인 맛에 관한 과학적 연구자료가 다소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음식맛에 대한 과학적 분석자료 등이 보강된다면 저작물의 보호대상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음식 역시 상당기간 투자와 노력을 투입하여 이루어진 하나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맛과 향기는 사법제도에서 중요한 주장과 입증 책임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법이 상식에 기초한다면 법이 추구하는 정의의 관념에서 보면 상당기간 투자와 노력의 결과물인 맛과 향기도 보호받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