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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진시황의 군대다. 진시황이 죽은 뒤 그의 사후세계를 따라갈 수많은 병사와 말 도제들이다. 진시황은 죽음 이후를 매우 두려워한 것은 아닐까. |
오늘은 그 유명한 진시황 병마용(兵馬俑)으로 가기로 했다.
병마용이란, 중국 시안의 진시황 무덤에 있는 약 1만 구의 도제(陶製) 병마(兵馬)를 지칭한다. 병마용은 보(步, 보병) · 노(弩, 방아쇠를 사용하는 활) · 차(車, 전차) · 기(騎, 기병) 4종의 등신대(等身大, 사람 크기와 같은 크기)다.
필자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에서 한 시간 거리였다. 처음 발견한 농부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40년 전인데 그 농부는 병마용을 발견한 공적으로 그 박물관 공무원으로 채용되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게 됐단다. 박물관에서 진시황 병마용 책을 사는 사람에게 농부 자신의 사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가보니 그 농부가 있었다. 나이가 70세 전후라고 하니 30세 전후에 발견한 모양이었다. 놀랍게도 농부의 표정이 아주 밝고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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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대신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이(귀족일까?)가 화려한 네 마리의 말을 몰고 있는 형상이다.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
진시황 병마용은 원래 황제가 죽으면 측근의 병사를 순장하여 같이 묻으려 했는데 너무 잔인하다고 하여 동상을 만들어 대체하기로 한 것이라고 한다. 일부지역은 아직도 발굴 중인 것으로 보였다. 다만 진시황의 묘는 그곳에서 떨어져 있는 곳으로 추측되나 아직 묘를 못 찾았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의 묘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려 비밀에 붙인 것으로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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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용 사령부 모습이다. 네 마리의 말이 무언가를 끌려하고 그 주위에 병사들이 서 있다. 손 동작으로 보아 창을 들고 서 있는 듯하다. |
병마용 동상 등을 가까이에서 막상 보니 사진에서 본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크기는 하였으나 위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최초 발굴 당시엔 다양하고 화려한 색깔이었으나 발굴 후 공기 등이 유입되어 산화되어 지금은 색이 바래 흑백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3000여년 전의 진시황 시대 문화를 추측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안타깝게도 진시황 사후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한 것을 보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뿐이다.
인생 자체가 불확실하고 허망한 것임을 황제라도 달리 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자신의 왕조가 영원할 것으로 믿고 있었을 진시황이, 죽어 하늘에서 진나라가 폐망한 것을 목도했을 때 얼마나 허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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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용갱에 있는 도용들은 각각의 도용마다 표정과 동작과 의상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심지어 채색까지 되어 있었는데 발굴 과정에서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채색이 다 날아가 버렸다. |
점심을 먹고 시안의 성곽으로 향하였다. 비교적 성곽이 잘 보존돼 있었는데, 이 성곽이 당나라 때 건축된 것이 아니라 명나라 때 건축된 것이라고 하여 다시 한 번 놀랐다. 여러 성문 중 동문에 해당되는 곳으로 가니 성문과 성이 너무 멋지고 나아가 그 보존상태가 신기할 정도로 좋았다. 시안 시내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현대식 건물과 성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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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과 성이 너무 멋지고 현대식 건물과 성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그 규모도 상당히 커서 지금 현대의 대포로 쏴도 성곽이 쉽게 허물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보였다. 특히 성 밖 물로 된 해저드(해자)와 성 사이에 약간의 간격을 두어서 해자를 넘어 온 적군을 화살로 저격할 수 있게끔 잘 설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곽 너비가 20~30m 이상이어서 군인들이 순찰하고 장비를 준비하는 데 편리하고 효율적이게 설계되어 있었다.
왠지 시안이 너무 멋진 역사이자 문화 도시이고, 가능하면 한번 살아 보고 싶은 아름다운 이국도시로 와 닿았다. 잠시 조용히 산책을 즐기다보니 3000여 년 전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무한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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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성문을 통해 버스가 이동해 놀라움을 주었다. |
남은 자투리 시간에 자유시장을 잠시 들렀다. 대다수의 상품이 가짜라는 말에 좀 안타깝고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런 시장 역시 시안의 한 요소라는 생각에 가이드와 같이 시장을 한번 걸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도 지저분하고 정돈이 안 돼 실망스러웠다. 특히 곳곳에 쓰레기통이 널려 있었다. 조만간 정비되어 좀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올 날을 기대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