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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겨울 뮌헨의 조용한 밤에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8-04-20 /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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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일기(64)
 
히드로 국제공항과 영국항공비행기에서의 새로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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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히드로 국제공항

거의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영국 히드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동안 자주 다녀서인지 왠지 정감이 가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공항에 도착하니 영국 특유의 색깔과 분위기가 필자를 반겨주고 있었다. 제5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 생각보다 차갑게 느껴진다. 영하 4도인데 바람이 불어서인지 체감온도는 훨씬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히드로 국제공항에 와서 항상 느끼고 놀라게 되는 점은 공항이 생각보다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EU의 거의 모든 비행기가 이곳을 경유하여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비행기 편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항의 규모는 과거 대영제국의 한 단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식민지로부터 오는 여객이나 화물의 물동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큰 규모의 공항이 지어지고 운영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EU 내에서의 히드로 국제공항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적지 아니한 것이 사실로 보였다. 향후 BREXIT이후의 모습 즉 지금과 같은 비중과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곧이어 제5터미널에 도착하였고 필자는 단지 통과여객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통과수속대만 간단히 통과하고 게이트 방향으로 와서 라운지로 향하였다. 영국항공은 라운지에 남쪽 및 북쪽 2개가 있는데 이번에는 변화를 주기 위하여 그간 가보지 않은 북쪽 라운지로 가기로 하였다. 가보니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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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항공 라운지의 샤워실모습.

탑승시간이 한 시간 가량 이상 남아 있었다. 긴 비행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여 간단하게 샤워를 하기로 샤워실로 향하였다. 샤워실 입구에는 직원이 배치되어 있어 안내를 해주었다. 영국의 경우는 이민족이 많아서인지 인원배치를 상당히 여유롭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일본의 경우는 벨을 올리면 인포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와서 안내를 해주고 한국의 국내항공사의 경우는 거의 무인으로 운영하는 것에 비하여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는 아무래도 영국의 열린 이민정책의 부수효과로 보였다. 많은 사람을 이민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비교적 값싼 인건비에 바탕을 두고 소위 말하는 3D 업종에 이민족 인력을 상당 부분 투입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 연휴인지는 모르나 영국에 와서 보면 모든 분야에서 가용 인력이 비교적 풍부하다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들었다. 다만 이들 이민족이 많다가 보니 사회적응에 어려움 등이 발생한 일부 이민족들이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서 모든 일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이민문제가 큰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었고 이 문제 역시 최근 영국의 BREXIT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샤워실은 아담하지만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었다. 샴푸뿐 아니라 로션도 비치되어 있어서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다. 핫샤워의 즐거움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핫 샤워가 그간의 여독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았다. 이어 음식물을 살펴보니 각종 빵에다가 오토밀 수프 등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쫄길졸깃한 느낌을 내는 오토밀 수프가 아주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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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에서 바라보는 공항의 전경은 상당히 상큼했고 때마침 착륙하는 비행기의 모습도 바로 눈앞에 펼쳐져서 아침공기와 함께 쾌적한 공항의 풍광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뮌헨으로 가는 영국항공비행기는 비교적 작았지만 기내 서비스는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전통 조식은 맛이 그런대로 좋았다. 아침이고 샤워 후 기분이 좀 나아져서인지 그간 다소 부정적이던 영국항공 및 기내 서비스에 대한 인상이 바뀔 정도로 전반적인 서비스는 나름 괜찮았고 특히 필자에게는 익숙한 친밀감으로 다가왔다.
 
날씨 역시 비교적 화창하여 뮌헨까지 가는 도중에 비행기는 조용하게 운행되었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지상의 전경은 비교적 밝고 차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눈이 생각보다 많이 온 모양이다. 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풍경이 눈으로 덮여 있다.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라는 점을 마치 과시하고 강조하듯이 그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맑고 더없이 차분한 겨울의 이국 도시를 포함한 자연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것으로 다가왔다. 이는 감사하게도 필자의 복잡한 마음마저도 덩달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막스 프랑크 일기(65)
 
눈 덮인 겨울 뮌헨의 조용한 밤에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이국의 신비로운 정취에 흠뻑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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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항공기에서 내려다본 눈덮인 독일 뮌헨 모습.

 
날씨가 청명한데도 불구하고 기온은 쾌 차가웠다. 거의 영하 9도가량 되고 바람도 부니 체감온도는 상당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최근에 눈이 많이 와서인지 뮌헨 자체가 거의 눈으로 덮인 눈 세상과도 같은 분위기이다. 자동차 렌털 회사에서는 세계적인 회사답게 자체 시스템은 잘되어 있는데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필자가 차를 막상 픽업할려고 하니 당초에 지정 예약한 차종은 없고 같은 종류의 차량이니 그냥 인수하라고 한다. 그런데도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다. 문제는 타라고 하는 그 차종은 내가 그간 한 번도 운전한 적이 없어서 내비게이션 등의 작동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염려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었지만 좀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직원들의 모습이 그렇게 상냥스럽지 않은 것이 영 낯설고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필자가 그간 동양적인 분위기에서만 살아와서인지 갑자기 다소 투박한 독일문화를 접하자 이에 적응되지 않은 모양이다.
 
갑자기 일본 자동차 렌털 회사에서의 기억이 생각난다. 깔끔하고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모습이 더한층 그립다. 그래서 일본 차들이 상대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모양이다. 이래서 역사의 중심은 아시아로 향하는 거라고 누군가 이야기한 것 같았다. 다소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너무 논리의 비약이지만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다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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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주변 호수의 눈덮인 전경.

다시 찾아온 뮌헨은 반갑기도 하고 그간 익숙하여진 면이 있어서 조금 포근하게 느껴졌지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필자에게는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고, 눈에 낯선 면이 상당히 많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사택으로 가는 길에 운전을 하면서 여전히 길이 익숙하지 아니하여 도로에서 조금 헤매니 뒤차가 연신 빵빵거린다. 일본에서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빵빵거리는 차를 보니 차를 제대로 닦지 아니하여 차 외관이 거의 걸레 수준인 차였다.
 
삶에서 지쳐 제대로 여유를 가지지 못하거나 예의범절이나 매너를 바르게 배우지 못한 탓이리라. 일본과 같은 곳에서 제대로 배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제 독일도 그런 여유 있는 문화를 많이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 원인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많은 외국에서의 난민이나 이민들이 유입되어 독일 고유의 문화가 제대로 승계되지 아니하고 파손된 점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에 독일경제 상황과 실물경기는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경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았다. 독일에서의 젊은이들이 삶에서 여유가 없어지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러한 해프닝으로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조그마한 사건으로 너무 이를 확대하고 논리 비약한다는 생각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좀 더 여유 있는 선진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뮌헨에서 자리를 비운 그간의 공백이 크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길가에는 모두가 두꺼운 외투에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만큼 날씨가 추운 모양이다. 이제 거의 2월말인데 거의 막바지 겨울 추위로 느껴졌다. 오늘 내일 정도가 상당히 춥고 그 이후에는 날씨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서 따뜻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았다. 이곳에서도 곧 봄은 올 모양이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이 봄을 맞이하기 전에 가장 추운 날씨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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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눈덮인 BMW 본사건물.

사택에 도착하여 다시 핫샤워를 하니 살 것 같다. 모든 것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사택 앞으로 보이는 호수는 눈에 덮여 있어 나름대로 이국적이며 새로운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준다.
겨울의 뮌헨은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해준다. 너무나도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든다. 학자들이 연구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다. 앞에 보이는 호수의 전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있다.
 
연구소에 간단한 연락을 취하고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너무나도 조용한 것이 매우 좋지만 갑자기 조용한 야밤에 어울릴 것 같으며 평소에 좋아하는 쇼팽의 야상곡이 생각나서 이를 틀어본다. 피아노 선율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감동이고 마치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느낌이다. 너무나도 감미로운 음식이 가슴 벅찬 감동을 가져다준다.
 
그러고 보니 고전음악이 태어난 곳이 유럽이고 특히 독일인 것이 아닌가? 실제 유럽의 풍광은 고전음악이나 낭만음악이 태동할 충분한 환경을 모두 갖춘 것 같다. 뮌헨의 어느 외딴곳의 눈 덮인 호숫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조용히 흐르는 쇼팽의 야상곡은 신비스럽고 묘한 매력으로 필자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고 있다. 그저 일상적인 혼잡과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잊게 해주는 신비한 묘약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의 또 다른 경험은 의식적으로 또한 무의식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또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한 뮌헨의 겨울 풍광은 필자에게는 여전히 또 다른 감동이고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새로움을 가감 없이 느끼고 또한 새로움에 끊임없는 도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 과정이야말로 삶을 느끼고 나아가 필자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인지하고 또한 이에 감사하는 나름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간 여러 가지 문제로 다소 낙담하고 지쳐 있는 필자 자신에게 다시 한번 용기와 격려를 보내고 싶은 너무나도 조용하면서 차분하고 매력적인 이국의 밤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 역시 하나의 축복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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