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프랑크 일기(44)
대만의 자본시장을 체험하기 위해 대만으로 향하다
![]() |
최근 개장한 인천국제공한 제2여객터미널. |
몇해 전에 한국예탁원의 잠시 동안 감사로 근무하게 된 인연으로 자본시장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술단체인 ‘한국증권법학회’에 임원진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회장님이셨던 임재연 변호사님과 현재의 김순석 교수님의 배려로 작년부터 부회장으로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연구이사로 근무하게 된 때부터 이상하게도 일이 꼬여 제대로 학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하여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어쨌든 두 분의 배려로 부회장으로 활동하게 됨으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학회세미나 활동에 참여하여 많이 배우려고 하였으나, 때마침 대한 중재인협회의 수석 부협회장과 골프회의 회장직을 동시에 맡게 되었고, 또한 공교롭게도 매월 학회세미나 일정과 골프모임이 중복되어 그간 제대로 참석을 하지 못하였다. 이러던 차에 대만에서의 국제세미나 참석요청이 있어서 이를 기회로 삼아 회원분들에게 널리 인사를 드리려고 참가신청을 하였다.
필자 개인의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참석이 다소 망설여졌지만 불참 시 취소수수료가 상당하다고 알려왔다. 참가 시는 학회에서 상당금액을 지원한다고 했다. 필자 역시 경제적인 동물인지라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시 바꾸었다. 무엇보다도 해가 더 지나기 전에 회장님 이하 여러 학회 분들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 |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설레는 마음과 기대를 안고서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여 배낭을 메고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셨다. 새벽이어서인지 바람도 있는 데다가 날씨가 영하 6도 정도 되어 체감기온은 거의 영하 10도를 넘었다. 매서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남모를 기쁨을 느끼게 하는 새벽공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상큼하게 다가왔다. 대만은 낮의 날씨가 영상 15 정도여서 추운 항공버스를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너무 두꺼운 외투를 입을 수가 없었다. 대만의 따뜻한 기온을 감안하여 다소 적게 껴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스럽게도 더 춥게만 느껴지는 사정이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필자로서는 처음 방문하는 대만이기에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었고, 나름 의미가 있는 여정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필자로서는 그간 여행계획을 설정하면서 그 목표나 방문 장소로 대만을 선택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방문해보지 아니한 수많은 장소가 많음에도 굳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관심의 대상에서 떨어져 있는 대만을 최종 여행목적지에 넣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보면 국제활동이 많았던 필자의 기준에 대만이 그만큼 국제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인인 필자가 이렇게 느끼는 데 실제 대만인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하였다. 그리고 이처럼 다소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사회환경과 전망 속에서도 어떻게 법과 사회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관리되는 지도 모두의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
![]() |
타이페이 공항 모습. |
애초 생각보다는 이번 대만 국제세미나에 참석하는 회원 분들이 많았다. 거의 30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면면이 다 쟁쟁하신 분들이었다. 메이저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 대학교수, 거래소나 금융공기업의 사내변호사, 그리고 외국계금융회사의 사내변호사,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연구위원……. 모두 자본시장에서는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들의 집합소 같았다.
![]() |
대만 방문 일행. |
강교수 스스로 전혀 권위적이지 아니하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이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하였고 나아가 또 다른 회원들에게도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동시에 이번 세미나 여행길이 필자에게도 많은 자극과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도 필자가 관심이 많았던 중국의 법제도에 대하여 많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더한층 의욕이 일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 |
비가 내리는 타이페이 시내 모습. |
출국 수속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국내항공사의 라운지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가 고픈 것 같아서 욕심을 내어 컵라면까지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와서 노곤하였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하여 샤워를 하기로 하였다. 국내항공사가 제2터미널을 사용한 후에 처음으로 가보는 라운지이고 샤워실이었는데 시설은 여유가 있고 좋았으나 짜임새가 제대로 정비되지 아니하고 다소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 라운지의 배치 등에 있어서도 가벼운 스낵를 하기에 다소 불편한 자리로 보였고, 샤워실도 그냥 열려 있는 곳은 마냥 사용하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욕실에 휴지통 등이 제대로 비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샤워실이라는 표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무엇보다도 이의 사용방법 등에 대한 안내문구가 전혀 없었다. 샤워실을 정리정돈하고 이를 안내하는 직원들이 상시로 배치되어 있지 않아 다소 불편한 면이 있었다. 조만간 이런 부분이 해소되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특히 정책적이고 나아가 미시적인 부분 등에서 사용자의 미묘한 감정을 좀 더 헤아려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비행기가 연결편 상의 문제 등으로 1시간 이상이 지체되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개통된 제2 여객터미널은 상당히 여유 있고 환하게 꾸며져 있어서 조만간 어느 정도 정비가 되면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대만까지 가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큰 비행기여서 놀라웠다. 비행시간은 대략 2시간 20분 전후가 소요되었다. 영화 한 편만 보면 도착하는 거리인 셈이다.
도착한 후 이루어지는 입국 절차는 그리 복잡하거나 권위적 모습 등을 찾아볼 수는 없어서 감사하고 즐거웠다. 다만 너무 기대가 높아서인지 처음으로 접해보는 타이페이 공항에 대한 인상은 전체적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어 현지 가이드가 소개되고 버스를 타면서 비로소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는 일정이 시작되었다.
![]() |
타이페이 시내 전경. |
버스 안에서 남자인 화교안내원의 설명이 상당히 디테일하고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알려주는 등 나름 유익하게 느껴졌다. 안내원은 한국에서 23년을 살다가 대만에 와서 군대를 마치고 이후 33년째 대만에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한 달에 100만원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날씨는 최저 7도 전후에서 여름의 경우는 39.8도 정도에 이를 정도로 덥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리고 대만의 경우는 1년 중에 120일 이상 비가 온다고 했다. 사실 이번 세미나 방문일정 내내 비가 계속 와서 이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대만은 기룡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이 조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강북과 강남이 모두 700만명이 되고 이는 곧 대만 전체인구의 대략 3분의 1 정도가 머무르는 셈이다. 그런데 의외로 교통시스템이 동시신호를 많이 사용하는 등 효율적으로 운용되어 그나마 교통혼잡이 상당히 적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혼잡하고 높은 주차료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스쿠터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스쿠터의 경우에는 달리 주차료가 없어서 무료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스쿠터를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 스쿠터 주차장의 유료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택시는 뉴욕처럼 모두가 노란색으로 이를 구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자는 약자보다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정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친근감이 들었다.
한자를 읽는 방법에서도 과거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도록 하였으나, 이 부분은 정부에서 달리 규제를 하지 아니하고 있어서 모두가 자유롭게 쓰고 읽도록 그 규제를 풀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만은 중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하면 중국 본토와는 달리 대만에서는 상품의 거의 대다수가 진품이고 나아가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짜 상품을 사거나 바가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모습은 각 건물의 1층에는 실제 사무실이나 점포가 차지하는 장소를 확정하기 전에 1층에 지나가는 손님 등이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를 의무화한 부분이다. 그 만큼 비가 많이 온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고객을 위하여 1층 앞부분의 일부를 공중의 사용에 제공되도록 하는 여유로운 사고와 이에 바탕을 둔 혁신적인 법제도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기온도 아열대성 기후여서 상당히 따뜻하게 느껴졌고, 서울에서 추위에 떨다가 대만현지의 따뜻함이 스며들어 더한층 푸근하고 반가웠다. 아열대성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만 공항 그리고 타이페이 시가지가 더욱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막스 프랑크 일기(45)
대만 거래소를 방문하여 상호 토론의 시간을 가지다
![]() |
대만 101타워 빌딩. |
먼저 101빌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건물이 신축할 당시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으나 현재는 세계 5번째로 높은 빌딩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에 200평 내지 300 평짜리 고급주택을 건립하는 계획안이 발표되었는데 평당 가격이 한화로 1억2천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물론 홍콩에서 가장 비싼 주택의 경우에 평당 7억원인 점에 비하면 그리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과 대만의 경우에 고급주택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날지는 다소 의문이 들지만, 미국의 맨해튼의 경우에도 펜트하우스의 경우에는 1억 달러를 웃도는 금액으로 거래되는 점을 보면 앞으로 도심지의 고급주택은 핵심에 있을수록 이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할 것 같다는 추론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 방지를 위하여 정부가 더욱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사정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만의 금융규제 당국은 우리나라의 금융위와 같은 정부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를 감독하는 기관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그리고 검사 당국 등이 있다. 또한 거래소는 타이완거래소, 타이페이 거래소, Future 거래소 그리고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거래소별로 취급하는 증권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거래소 중 가장 큰 거래소는 타이완 거래소이고 거래되는 주식은 924개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거래의 주문과 실행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간에 이루어져서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인 우리나라의 업무시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거래 주식의 최소거래단위가 1,000주라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폰의 주된 부품 등의 공급회사가 많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배당률이 3-4%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 |
타이완 거래소 전경. |
기본적으로 이러한 고율의 배당율은 대만의 법인세법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회사가 현금 유보를 많이 가지고만 있고 이를 사용하지 않거나 배당에 적극적이지 아니하면 이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여 배당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정한 투자이익 환수율이 필요한 각종 기관투자가들이 대만 자본시장에서의 상장기업들의 실제 배당률이 높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장회사들의 실적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율이 거의 41% 이상이라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지배구조의 측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여 성과가 가시적인 면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통계적으로 모든 기업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여 사외이사를 거의 100% 실제 임명하여 이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 80%에 이르고 또한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타이완거래소의 임무는 Quality, Diversity, Efficiency & Accessibility으로 설정하여 이의 실현에 노력을 하는 모습이 그대로 발표자료에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이에 주식투자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부분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재미있는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과거에 세금 등 재무담당부서 즉 우리나라로 보자면 기재부에서 납세의 합리성 차원에서 주식투자거래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과세하는 방안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을 하였고, 심지어 타이완의 국내투자자들 역시 타이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퍼 회사를 조세피난처 등에 수립하고, 자금을 이곳으로 보내어 이곳에서 다른 나라의 적당한 투자처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 심각한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 |
타이완 거래소. |
이에 놀란 정부에서는 해당 부서의 장관을 물러나게 하고 시장에 대하여 이미 발표한 과세방침에 대하여 재고를 하겠다고 하면서 이후 주식투자에 따른 차익에 대한 과세 방침 등을 철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즉 주식투자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하여 과세방침을 철회하게 되자 이의 영향으로 투자가들 특히 외국투자가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당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물론 투자가 입장에서는 행복해 하겠지만, 회사 자체로 보아서는 향후 투자를 위하여 이익을 유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 부분은 양단의 칼과 같은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우려 등을 질문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투자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높은 배당률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함에 가장 큰 매력적인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회사차원에서 투자를 위하여 자금이 필요할 때에는 펀딩이 상대적으로 쉬워 펀딩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 달리 크게 이 부분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이어 필자는 대만거래소의 경우에 전자투표 등 제도는 상당히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가상 혹은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계획 등이 있는지에 관하여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에 기본적으로 많은 기업이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여 특히 소수주주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 |
타이완 거래소에서 토의 모습. |
질의 응답시간이 생각보다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특히 타이완 거래소의 발표는 간결하였지만, 상당히 차별적이고 개성이 있는 투자가 유인책 특히 외국인 투자가에게 높은 배당률정책을 통하여 투자요인책을 적정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높은 배당률의 경우에는 과연 이러한 정책이 순기능도 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열악한 대만의 현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즉 미래가 불확실하니, 이러한 열악한 사정하에서 외국투자가의 유인책으로 검토시행하는 것이 높은 배당정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높은 배당률정책은 대만의 특수한 사정하에서는 나름대로 좋은 방안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