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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탈출하여 가고시마의 아름다운 매력을 느끼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8-02-20 /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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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일기(42)
 
일상을 탈출하여 가고시마의 아름다운 매력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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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머문 일본 가고시마의 호텔.

어느 항공사의 선전문구처럼 일본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가고시마는 아열대성 기후를 자랑하면서 나름 매력을 가진 관광도시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침 투숙하기로 한 호텔은 가성비 좋게 잘 꾸며진 현대식 건물에 이색적인 매력을 풍겼다. 주차건물 관리인은 다소 나이가 든 할아버지였으나 비교적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체크인도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위하여 호텔 밖으로 나왔다.
 
가고시마에 흑돼지로 된 샤부샤부와 고구마소주가 유명하다고 어느 블로그에서 추천한 것이 기억나 전통식당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다행스럽게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다소 이른 시간이어서 인지 사람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돼지 샤부샤부와 생맥주를 주문하였다. 그 식당은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은 가성비가 높지 아니하고 심지어 돼지고기 냄새가 나는 등 기대가 큰 만큼 실망스럽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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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떡.

다행히 생맥주의 맛은 좋아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블로그를 너무 과신한 잘못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그 식당에는 저녁 시간임에도 손님이 그리 많지 아니한 것이 아닌가? 어쨌든 오래된 식당이기 때문에 현대적인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아니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수밖에.
 
아쉬운 마음에 이번에는 고구마소주를 맛보기 위하여 다른 식당으로 옮겼다. 젊은 분위기의 선술집이엇다. 그런데 이 집 역시 스시가 그렇게 싱싱하지 아니하게 보이지 고구마 소주도 다소 독특한 냄새가 나는 등 우리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아니하여 또 다른 실망을 주었다. 그렇지만 색다른 음식들을 이번 기회에 맛보았다는 즐거움만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역시 한국의 K-FOOD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경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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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묘의 정원이었던 센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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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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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간엔

호텔의 침대는 그나마 지친 이방인들에게 만족감을 주어 실망스러워 다소 짜증스럽기까지 한 저녁 시간에 큰 위안이 되었다. 모처럼 깊고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일본으로 일상 탈출을 시도한 나름대로 정당성을 제공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본식 조찬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따뜻하고 윤기가 흐르는 밥, 아주 소량의 생선구이, 미소국과 배추국이 혼합된 듯한 시원한 국, 기타 각종 과일 그리고 커피 등등. 모든 것이 웰빙음식이었다. 쳐다만 보아도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들이다.
 
모처럼 포식을 하고 행복감에 젖어 이곳의 명소인 센간엔(仙巌園)을 향하여 길을 나섰다. 이곳은 에도시대 사쓰마의 19대 영주 시마즈 미쓰히사가 1658년에 건축한 정원이라고 한다. 화산섬 사쿠라지마가 멀리 보이고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입장료가 1000엔이어서 다소 주저되었으나 밖에서 보기에도 아름다워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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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목욕탕.

곳곳이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어서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잘 보존이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풍광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곳 명소 중의 하나인 쌍봉으로 이루어진 떡을 맛보았다. 대나무 두 개로 떡을 연결하여 설탕과 간장을 넣은 소스를 뿌린 전통 떡인 셈이다. 사진에서 보다는 사이즈가 작고 아담하고 달달한 간장소스가 있는 떡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센간엔 바로 옆에는 이곳 영주의 혼을 모신 신사가 있었다. 이곳은 특히 아름다운 공주의 혼을 모시고 있어서 이 신사에서 절을 하게 되면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게 된다는 미신이 퍼져 있다고 하였다. 입구에 세워진 긴 밧줄을 당기면 종이 울리고 이어서 묵념을 하는 방식으로 참배가 이루어지는 광경이 이국적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역사적으로는 다소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에게는 그리 유쾌하지는 아니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 영주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이 바로 임진왜란 덕분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즉 이곳 영주가 임진왜란에서 선봉장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이후에 이곳 영주의 가세가 갑자기 상승하여 센간엔을 건축하는 등 그 나름대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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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목욕탕의 입장권 발매기.
갑자기 센간엔의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등 다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움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그늘이 보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의 처참한 전쟁터가 상상이 되면서 아름다운 정원이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지지는 아니하였다. 다소 복잡하고 착잡한 어두움 마저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아름다운 정원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소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가까운 온천장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주변에 많은 온천장이 있지만, 시간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일단 가장 가까운 온천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여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로에 고가도로와 일반도로가 같이 병존하는 장소에서 고가도로를 타는 바람에 7km 이상을 헤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내비게이션에서 이런 경우에 고가도로를 타면 안 된다는 안내가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내이비게이션의 경우 이와 같이 혼선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그림까지 제공하면서 혼선을 방지하려는 안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본의 내비게이션은 이를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였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가까스로 아담한 건물에 주차장이 잘 갖추어진 온천장에 도착하였다. 말이 온천장이지 실제로 대중목욕탕으로 생각하면 되는 곳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카운터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설치된 벤딩머신에서 입장권을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보였다. 현금을 달리 보관할 필요가 없이 종업원은 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가니 시설은 달리 특별한 점은 없었으나 물이 매끈매끈하여 몸에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야외 온천장이 준비되어 있어서 즐겁게 야외욕을 즐겼다. 마치고 나니 아쉽게도 수건이 비치되지 아니하여 이를 달리 준비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물기를 그냥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소 황당한 상태에서 헤어드라이어기가 있어 이를 사용하고자 하였더니 100엔을 넣어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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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을 파는 돈키호테 상점.

그리고 옷장도 100엔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일부는 바구니에 그냥 잠금장치가 없이 이를 사용하도록 조치해두기도 하였다. 또한 온천장에서 느낀 또 다른 놀라움은 거의 80~90%가 노인이라는 점이다. 노인사회라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들 노인이 목욕을 마치고 간단히 채소 등을 구매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온천장이 노인들이 목욕도 하고 또한 간단한 채소 등도 구매할 수 있는 다목적의 복합공간이기도 하였다. 온천목욕을 마치고 나니 여독이 상당히 풀리는 기분이 들어 또 다른 반전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어 감사할 뿐이다.
 
이어 이곳 명소인 돈가스도 한번 맛보기 위하여 주변의 식당을 찾아보고 깔끔해 보이고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식당으로 향하였다. 모든 식당은 입구에 대기자 명단을 직접 기재하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그곳에 간단한 이름과 인원수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식당 안으로 안내된 사람들의 명단에는 스탬프를 찍어 대기자와 구별하였다. 참 편리한 제도로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식당종업원이 이를 직접 기재하는 형태이거나 대기자가 직접 기재를 하더라도 볼펜으로 삭제 표시를 하는 것 등에 반하여 스탬프를 찍으니 좀 더 깔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어서 그나마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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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상점 내부.

이후 시간이 다소 남아서 일본에서 색다른 이색상품들로 유명한 돈키호테라는 잡화점으로 가 보았다. 상품이 상당히 많다는 느낌과 또 한편으로는 너무 복잡하게 상품을 진열하여서 다소 거부감도 있었으나, 이국적인 특히 일본 상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곳이었다. 주변의 말에 의하면 이곳 상품의 가격이 면세점보다도 싼 물건이 많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가고시마 공항으로 가서 차를 반납하기로 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반환사무실 옆에 바로 주유소가 있어서 부족한 기름을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예정시간보다도 좀 일찍 반환을 하니 그 시간 차이에 해당하는 차액만큼을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간 차를 렌트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이곳에서 느끼게 해준 것이었다. 왜 일본 상품이 세계에서 인기가 좋은지를 다시 한번 실감 나게 해주는 순간이다.
 
가고시마의 국제공항은 생각보다도 적은 규모였다. 오후 4시에 홍콩 가는 비행기가 한편, 그리고 5시 30분에 이스타항공, 그리고 8시에 대한항공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보안점검대도 항공기 출발 전까지는 제대로 열리지도 아니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여 이런 모습에 익숙하지 아니한 필자로서는 마냥 신기할 뿐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조그마한 시골 공항의 풍경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오는 편의 항공기의 승무원은 좀 더 밝고 활기차 보였다. 집으로 가는 비행기 편이어서 어쩌면 필자의 즐거운 마음이 감정이입이 된 탓일 것이다.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인 모양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행이 또 다른 도전이고 진부한 일상의 탈출기도 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그냥 신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느끼는 한국의 도로는 오늘따라 더 색다르게 느껴진다.
 
더없이 탁 트이는 풍광이 너무나도 크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공기가 더없이 맑고 시원하기만 느껴지는 이 특별함은 나만이 유별나게 느껴지는 그런 감흥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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