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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 검진을 받으며 의사와 병원, 인생을 생각하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8-01-29 /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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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일기(32)

암병동 검진을 받으며 의사와 병원, 인생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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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촬영 장면.

 
매년 받는 검진을 올해에는 개인 사정상 받지 못하여왔는데 최근에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아니하여 특정 부위에 한정하여 검진을 받아 보았다. 재작년에도 혈액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와서 CT 촬영을 한 것이 생각나서 조금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당뇨가 심해져 가는 느낌이었고, 더욱이 췌장도 좋지 아니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복부 CT를 찍어보려고 하니 담당의사가 너무 자주 찍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하면서 일단 혈액검사만 해보자고, 말리는 바람에 일단 혈액검사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검사결과 공복혈당 수치가 너무 높게 나오고 혈액상 암표지수치가 급속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쇼크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여서 더욱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몸도 으스스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급하게 서울의 유명 대학 병원에 예약하여 진료를 받으니 일단 CT 촬영을 해보고자 한다.
 
암병원의 담당 의사선생님은 아주 인상이 좋고 미소를 띈 채 상냥하게 말씀을 해주어서 암병원이 가지는 다소 무서운 이미지를 그나마 많이 해소시켜 주었다. 감사할 뿐이었다. 급한 마음에 CT 촬영을 서둘러 하고자 사정을 이야기하였더니 흔쾌히 시간을 급하게 잡아주었다.
 
예약한 날에 CT 촬영을 하러 가니 안내석에서 먼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혈액에 주사를 투입시키면서 일단 대기하라고 하였다. 암병동이어서인지 대기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겉보기에도 암환자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표정도 그리 밝지 아니하고, 모두 나이가 들어 보이고, 외견상으로도 어딘가 아파 보였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곁에 있는 나 역시 덩달아 더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다. 엑스레이가 있는 지역이어서 인지 온도도 낮아서 더 스산스럽기 까지 하였다.
 
일부 환자는 이동식 침대에 놓여서 CT촬영실 앞에 와 대기하고 있었다. 환자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보였으나 환자를 옮기는 병원직원의 표정은 너무나도 무감각하고 무표정하여 보여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무심하게 휴대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직원들에 반해 환자로 보이는 주변의 대기자들은 모두 촬영결과에 신경이 쓰이는지 무겁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내 차례가 되었다. 기계음이 요란한 상태에서 간호사의 지시소리가 작게 들렸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숨을 멈추라고 한다. 그러더니 내 오른팔을 다짜고짜 들어 올렸다. 나는 최근에 50견을 앓고 있어서 오른팔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갑자기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통증이 심하였다.
 
그제서야 간호사가 “조영제가 너무 흡수가 안 되어서 올린 것인데 아프신가요”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병원에서 환자는 그냥 하나의 물건이고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좀 더 나이가 먹고 거동이 불편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대할 것인가?
 
나이가 50대 중후반으로 가니 모든 것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밝은 표정의 사람을 보아도 그리 즐겁지가 않고 왜 저렇게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일까? 그냥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한다. 사회에서도 서서히 주역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아가 체력 측면에서도 젊은 사람들과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프다.
 
마음으로는 대학을 졸업한 지가 2~3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느끼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처럼 소외되고 뒤처지는 삶을 그냥 받아들이기가 쉽지 아니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이제 50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그냥 순종하고 다만 하루하루를 마냥 감사한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아야 할 모양이다.
 
아직은 주체가 아닌 단지 그냥 소외되고 무관심한 객체의 대상으로서 삶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아니하다. 주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무례함을 천연덕스럽게 범하는 것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의사가 갑일지는 모르지만, 그 중심에는 환자의 인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자는 죽음을 의식한 삶은 신의 삶이라고 하였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과정 하나하나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다. 병원 진단을 받은 이후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일상적이고 권태롭게 여겨졌던 평범한 하루 일상이 이제는 너무나도 짜릿한 특별함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지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뒤처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것은 필자 개인적으로는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병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소비자이자 이용자인 환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성하여 주기를 기대한다. 환자의 기본권을 좀 더 헤아려 줄 수 있는 사회지원 인프라의 조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담당 의사가 3개월 후에 다시 CT 촬영을 하여 그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니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그렇지만 어차피 삶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면 단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으로 너무나도 소중한 현재의 시간을 걱정하면서 이를 낭비하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행동일 뿐만이 아니라 죄악일 것이다. 왜냐하면 유한한 삶 그 자체가 선물이고 축복이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주도적으로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멋진 인간으로서의 삶을 꿈꾸고 이를 향하여 노력하고, 또한 결과의 성취와 관계없이 이를 즐기는 과정 자체가 바로 인생으로 믿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 자세야말로 인생에 대해 진솔하고도 의미 있는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여건하에서 좀 더 건강에 유의하면서 인생에서의 모든 과정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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