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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 한 편의 시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8-01-26 /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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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일기(30)
 
나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 한 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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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시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살아가면서 가끔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과 시(詩)가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한두 개의 시는 외우고 싶지만 기억력도 좋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리 감명을 받은 시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생각나는 시 구절은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는 문구이다.
 
일반적으로 시는 필자에게는 난해가기만 하였다. 무엇보다도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난해하여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대시의 경우에 왜 시가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조차 의문을 가지게 됨으로써 점차 시를 멀리하게 되었다.
 
나쁜 인생을 사는 지름길 중의 하나가 시와 소설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실감이 난다.
최근 이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쌓고자 도전을 하는 삶을 결심한 이후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직면하여 오히려 새로운 분야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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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시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비근한 예가 바로 시의 세계이다. 그동안 접한 시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인이 정호승 시인이고, 인상 깊은 시가 “산산조각”,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다.
 
필자 자신의 삶 자체가 거의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차에 “산산조각”의 문구는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었다. 인생에서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산산조각 자체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다만 산산조각인 상태로 그냥 담담하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글귀가 가지는 생명력과 파급력은 거의 핵폭탄급이었다.
 
그렇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스스로 느끼기에 산산조각나는 처절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괴로운 순간에서도 부정하고 싶은 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삶 자체가 원래 고통이고 또한 고통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도 아니하며, 무엇보다도 고통이 없는 삶은 삶의 부존재, 즉 죽음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산산조각나는 그 순간이 완전히 새로운 순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테레사 수녀님께서는 어려움이 생기면 이는 곧 “하나님께서 내린 축복”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는 곧 하나님께서 자신을 더욱 사랑하셔서 하나의 사랑의 과제를 주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견디고 극복하는 과정 자체야말로 그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고 그런 삶에 대하여 기뻐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순간이야말로 삶의 참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체야말로 행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로 역경과 고통을 항상 대하게 되면 어떠한 고통도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벽에는 문이 있다’는 문구 역시 다소 진부한 면이 있지만 그 의미가 새롭다. 우리는 절망의 순간에 벽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벽 즉 역경에는 반드시 그 해결책 즉 문이 있다는 것이다. 벽이 없는 문은 의미가 없고 문이 없는 벽은 공허할 뿐이다.
 
‘바닥이 없는 인생은 없다’는 표현도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누구에게나 바닥이 있을 수 있고 나아가 일생 한두번 이상 이를 경험하게 된다. 바닥에 놓여졌을 때 당연히 고통스럽고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본다면 일단 바닥에 떨어지면 그 순간이 괴로울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적어도 바닥보다는 나아지는 순간으로 변하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는 다만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니까…. 인생은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시작하기에 충분히 완벽한 때는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바닥은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너무나도 축복(?)일수 있을 것이다. 바닥 이후부터는 바닥보다는 나은 순간을 명확하게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를 극복하고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인생의 빵은 두 가지의 재료가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사랑과 고통. 그리고 쌀에는 아무리 돌이 많다고 하더라도 쌀보다는 더 많이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너무나도 새롭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즉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고통과 괴로움이 시간보다는 많다는 것을….
 
행복은 영속적인 개념이 아니라 순간이라고 한다. 행복은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향기와 같다고 한다. 향기를 오래 맡게 되게 되면 그때에는 향기가 더 이상 향기가 아니라 냄새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수련은 오물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인생의 고통과 그늘을 자양분으로 하여 행복이라는 꽃을 피우는 것이 인생의 바람직한 진면목이라는 가르침이다.
 
그간 필자가 시와 시인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정호승 시인의 시 구절은 필자에게는 그냥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이고 희망이고 기쁨이고 가르침이고 축복이다.
 
“책은 어머니의 모유로 만든 어떤 영혼의 과자”라는 표현 역시 앞으로 필자가 책을 읽어야 하는 진정한 의미와 가르침을 일깨워주는 소중함 그 자체다. 이제부터는 양식과 자양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연해 타성에 젖어 글 쓰는 것만을 좋아하는 허영과 사치에서 벗어나야겠다.
 
그에 앞서 인생의 영양소이자 활력소인 시, 소설 그리고 책을 좀 더 사랑하고 더 가까이하는 기본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를 나 자신에게 소망하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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