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첫눈 내리는 뮌헨에서 상념에 잠기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7-12-22 / 09:19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막스 프랑크 일기(14 )
 
첫눈 내리는 뮌헨에서상념에 잠기다
 
본문이미지
연구소 밖의 눈덮인 전경.

아침에 일어나니 바깥이 온통 하얀색이다. 멀리 보이는 호수주변에도 하얀 눈들로 가득 차 있다. 거리에 세워둔 차에는 눈이 가득 쌓여 차의 형체만 겨우 보인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는 아니하지만 바람이 다소 세차게 느껴진다.
 
뮌헨에서 처음 맞이하는 소위 말하는 첫눈이다. 이방인으로서는 첫눈이 낭만적인 느낌보다는 오히려 좀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미끄러운 도로를 운전하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마침 비엔나 등에서의 미팅을 앞두고 있어서 걱정이 앞섰다.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맞이하는 첫눈은 마냥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먼저 비엔나로의 운전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연구소에 가서 판단하기로 하였다.
 
차에 쌓인 눈이 상당하였다. 유리창에 있는 눈을 우선 제거하고 시동을 걸었다. 날씨는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도로는 아주 잘 정돈이 되어 있었다. 시내의 도로를 주행하는 데에는 달리 문제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도로 주변에 쌓인 눈은 장난이 아닐 정도로 쌓여 있었다. 
 
본문이미지
치우는 작은 전문 트럭터와 눈치우는 모습.

도심에서 조마한 덩치의 눈치우는 전문 트랙터는 쉬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주 효율적으로 눈을 치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고, 제설부분의 사회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나라라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였다. 눈이 그렇게 쌓여도 도심에서의 차 운행에는 아무런 불편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평소보다 덜 붐비는 것 같았다. 모두 다 근교에서 생활하니 눈 때문에 출근 시간이 조금 늦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Sandra의 방에 가니 벌써 출근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조그마한 선물을 주자 아주 반기는 표정이다. 항상 보아도 밝은 미소로 대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외교관의 포스이다. 그녀에게 비엔나에 차를 몰고 가려는데  걱정이 된다고 하자, 눈길에서 운전이 익숙하냐고 물어서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 차 대신에 기차를 이용하여 가는 것은 모르지만 이런 날씨에 운전은 권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하였다. 고속도로의 경우라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좁은 도로에서는 차 운전이 쉽지 않고, 눈이 더 심하게 내리면 고속도로 역시 길이 미끄러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엔나를 가는 도중에 잘츠부르크가 있는데 주말에 많은 눈이 내려 위험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본문이미지
뮌헨 도시 전경.

걱정이 되어 비엔나 현지에 있는 만나기로 한 분과 사정을 이야기하였더니, 그는 눈도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날씨가 사납다며 정중하게 간접적으로 이번 만남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여 왔다. 이에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연구소에서 자료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연구소 창가로 보이는 눈 내리는 뮌헨 거리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조용하면서도 눈 덮인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심의 정취를 잘 보여주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창가에서 한동안 멍하니 눈 덮인 아름다운 뮌헨 도심의 정취에 취하여 소위 멍때리는 시간을 보냈다.
 
필자 스스로는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간 비즈니스라는 타이트한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망중한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도서관의 한국 파트의 책을 찾아보았다. 지난번에도 느낀 바와 같이 한국의 도서관보다도 다양한 지식재산 및 경쟁법 관련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일부 책은 이곳을 방문한 교수들이 헌정한 것도 있었다. 필자도 그간 22권의 책을 발간하였기에 이들 책을 기증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중 영문으로 된 책이 5권이어서 이 책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느껴졌다. 
 
본문이미지

가능하면 한국 지식재산관련법에 대하여 발표할 기회를 가지고자 의도하였기 때문에 한국관련법을 소개한 책자를 살펴보는 순간 국내에서는 특허법에 대하여 제대로 된 이론서가 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관련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자 등 소중한 책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분들이 주로 동경대학에서 많이 연구를 하고 이후에 책자를 발간하게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차피 국내법과 판례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에서의 연구가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법과 유럽법 그리고 미국법을 비교법적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 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필자의 평소의 소신이 나름 의미가 있다는 확신을 다시한번 확인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다른 법체계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식재산법의 연구는 비슷한 아시아 지역만의 연구가 아니라 접근방법이나 철학 등이 근본적으로 다른 유럽과 미국의 시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법제도는 이미 많이 소개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아니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유럽의 시각이 반드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시각이나 접근 방법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미래의 방향과 전략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직•간접적으로는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특히 외국의 학자들에게 많은 시설을 이용하고 나아가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흡입력을 느낄 수 있어서 마냥 감사할 뿐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연구소의 연구가 좀 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되고, 나아가 친독일적인 범글로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의 지식재산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는 심포지엄 관련 자료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대학이나 연구소의 설립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강하게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너무나도 쾌적한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소의 분위기에 다시 한번 깊은 경외감을 느끼지 아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세계적인 연구소의 출범과 아울러 많은 외국학자의 초빙과 이들에 대한 예우를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연구소에서 복사기를 이용할 필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나름대로 의미있는 자료들을 보고나니 사본의 필요성을 느꼈다. 복사를 하면서 연구소에서 무료복사의 혜택에 감사를 느꼈다.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훌륭하게 조성해 준 연구소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본문이미지
연구소 내부.

늦은 시간에 연구소를 나서니 눈 덮인 뮌헨의 밤거리는 나름 묘하고 이국적인 정취를 흠뻑 가져다준다. 물론 5월부터 10월까지의 뮌헨이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초가을에 눈에 덥힌 뮌헨 역시 아름답고 나름 매력이 있는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누가 뮌헨의 크리스마스가 멋지다고 하였는데 자못 기대가 된다. 인생의 후반기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를 배우는 순간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는 아니하겠지만 이국에서 연구의 시간을 가지고 나아가 퇴근 후에 눈 덮인 묘하고 이국적이며 나름 매력이 있는 연구소와 뮌헨의 정취에 마냥 감사할 뿐이다.
 
이런 모습에 집사람은 "정신 차려라"고 할지 모르지만 권태로운 일상과는 또 다른 색다른 도전과 경험에 그저 감사드리고 싶다. 뮌헨의 도심은 아시다시피 시민들의 결정에 따라 고층건물이 거의 없고 대다수가 고풍스러운 아담한 건물로만 이루어져 있다. 주요 건물은 거의 다 통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아담하고 친밀한 도심에서 눈으로 덥혀 있는 불켜져 있는 도심의 건물들이 너무나도 정겹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필자는 여전히 이방인으로서 다가가기에는 아직도 표현하기 어려운 보이지 아니하는 간격이 느껴져 그저 아쉬울 뿐이다. 이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좀 더 친밀한 이방인으로 기억되기 위하여 좀 더 많은 추억 여행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 네이버 블로그

조회수 : 5302

Copyright ⓒ IP & Ar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스팸방지 (필수입력 - 영문, 숫자 입력)
★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나친 비방글이나 욕설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