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프랑크 일기(13)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변호사 브랜드 전략- 신뢰, 사랑 그리고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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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연구소 사택 주변 풍경. |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에 잠시 와 있으면 번잡스러운(?)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아 가끔 여러 가지 ‘망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와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Brand Admiration》이라는 책이다. 그중에서 《Brand Admiration》의 내용이 자꾸 필자의 뇌리를 스친다.
외국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을 결심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필자에게는 둘 다 연관성이 있는 책이다. 이방인으로서의 도전과 경험 그리고 국제시장에서의 필자만의 브랜드 전략 모두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pub>에 연재한 <막스 프랑크 일기> 통하여 연구원생활을 공개하고 같이 소통하고자 하는 필자에게는 의미 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복잡한 생각 중에서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먼저 ‘글로벌 디지털 시대의 변호사의 브랜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이번 칼럼은 이 주제를 생각나는 대로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로스쿨의 도입으로 국내 변호사의 인구가 증가함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회경험을 축적한 자가 로스쿨에 진학함으로써 이제 변호사 업계는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전문인집단’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법률시장의 개방과 디지털화 시대에 즈음하여 목표시장이 단지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특정 변호사브랜드를 인지시키고 마케팅하는 미래전략은 당장의 현안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시중에서 회자되는 바와 같이 이제 변호사는 법률회사를 중심으로 부품화 되어가고 있으며, 하나의 직장인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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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인상깊에 읽은 책. |
세계 최강만이 생존하는 시대에 경쟁의 주체는 변호사 회사가 선두에 설 수밖에 없고, 변호사 개인은 그 가운데 부속으로 역할을 할 뿐 변호사 개인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인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변호사의 업무성격에 따라서는 특정 개인 변호사의 브랜드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법률회사의 업무 역시 주요 스타 변호사의 주된 몫이 중요한 것은 프로페셔널인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당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미국의 애플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회생불능의 상태에서 지금의 세계최고의 회사로 갱생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 힘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를 브랜드 전략차원에서 분석하여 설명하는 학자가 많다. 즉 애플이라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을 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무한한 존경의 대상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충성스러운 소비자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의 회사로 발전하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에 마니아 수준의 소비자를 자주 볼 수 있다. 주변에서도 젊은 층뿐만이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아이폰 마니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무엇보다 중요시하였고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사용하도록 도안하는 데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다. 실제로 이런 철학을 통하여 현재의 아이폰이 탄생하였고, ‘스마트폰 시대’라는 새로운 혁신시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변호사 업계를 한번 바라보자. 먼저 대다수 변호사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다. 혹자는 업무성격상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혹은 미래의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에서도 단지 유대 관계의 형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존경을 받는 관계로 발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은 일부 공감이 갈 뿐만 아니라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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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 있는 지식재산관련 저널. |
다만 지금까지 변호사 세계의 고정관념이 사법소비자친화적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권위를 강조하는 측면이 큰 데서 오는 방향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소비자가 신뢰하고 나아가 사랑하고 또한 무한한 존경을 할 수 있는 변호사 이미지의 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하여서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변호사의 차별성과 전문성이 부각되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를 인식시키는 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법률회사와 변호사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이미지나 브랜드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이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배치는 또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를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틈새시장의 발견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자신이 진실로 즐기고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의 발견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이런 틈새시장을 발견하게 되면 이를 위하여 30~40년 동안 끊임없이 전 세계의 모든 전문가와 교류하면서 같이 자극을 받고 연구를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전문성과 인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및 미래의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도 항상 준비되고 배우는 자세로 응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형성되고 나아가 서로 사랑하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겸비되면 존경의 대상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틈새시장에서 남들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드러남으로써 주변을 끌고 가는 위치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살아있는 현안과 실무 등에 대하여 좀 더 연구하는 기회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청년 변호사들은 더 넓은 시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새로운 시각과 견문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다만 그 기반의 중심은 한국에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한국과 세계와의 교류를 통하여 다양한 지식, 경험 그리고 견문을 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법률시장도 개방되어 이런 기회는 더욱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사익(私益)의 추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가진 전문가들을 소비자들이 좀 더 신뢰하고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사회적 이익추구의 철학을 나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법소비자에게 좀 더 쉽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간단한 마음가짐도 하나의 좋은 예라고 생각이 된다. 누구나가 일상의 활동에 제한을 받지 아니하면서 쉽고 편하고 경제적으로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실현하려는 철학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절한 SNS 활동 활용도 요구된다. 이제는 온라인 시대이므로 오프라인상으로 대면 접촉을 하지 아니하고도 자신의 철학과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 SNS일 것이다. 다만 SNS가 너무 상업적으로 남용되어 식상하거나 실망하는 부분이 적지 아니하므로 이점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조정해 나간다면 자신의 브랜드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수단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런 SNS과정을 통하여 자신이 스스로 이 순간순간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아는 노하우를 사회적 이익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공개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귀중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신뢰와 사랑 그리고 존경을 얻고, 나아가 자신을 전문가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서는 모든 것을 공개 공유하려는 철학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너무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는 어렵고 시대에 맞지 아니한다는 점을 제대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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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내부 모습. |
과거와 같이 소량의 품목을 대량 생산하는 경우에는 많은 수익이 가능하나 지금은 대량의 품목을 소량 생산하는 소비자 맞춤 시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시장은 전통적으로 이런 소비자 맞춤성이 높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욱더 심하여지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신의 업무를 즐기면서 사회적인 이익도 같이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위 ‘착한’전문가로서 SNS활동을 통하여 사법소비자와 소통하면서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사법소비자로부터 신뢰, 사랑 그리고 존경을 받는 법률 전문가만이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생존 가능한 모델임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제 모든 도전과 경험과 만남을 즐기면서 배우는 길만이 이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이러한 현실을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테레사 수녀님의 가르침처럼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면서 매 순간에 충실하고 나아가 감사드리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