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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를 읽고

글 | 김승열 기자 2021-01-14 /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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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서 후배의 시집을 발견하였다. 며칠 전 첫 시집이 나왔다면서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오늘에야 도착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봉투를 뜯고 시집을 꺼내 들었다. 먼저 책 커버가 상큼하다. 시집 제목은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였다. 제목도 흥미롭다. 그리고 시집 커버 디자인도 일견 보기에 신선했다. 그런데 처음 보기에 단순한 그림으로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도형으로 이루어진 현대미술품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하단에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추천서가 눈길을 끈다.


"시와 산문을 엄격하게 구분했던 사람들에게 이 시집을 선물하고 싶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평소 시험적 시도를 감행하여 온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실 그는 기자이면서 시인으로도 활동하였다.

 

이번에 그간 발표한 시를 모아 책으로 발간한 모양이다. 기자라는 신분이 시인으로서 거리낌 없이 활동하는 데에 다소 마음의 장애가 된 모양이었다. 이에 "좀 더 많은 시를 발표하라"는 말을 건네었던 과거가 생각이 난다. 그는 기자가 되기 전에 시 공모전에 이미 당선되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기자활동 중에 간헐적으로 시를 발표해 왔다. 큰 기복 없이 자신의 역활에 충실하면서 유난히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그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과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어 마침내 생애 첫 시집을 발표하였으니 마음껏 진정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첫 시집이 궁금하였다.


시집을 읽어 가면서 이어령 교수님의 위 추천사가 머리 속에 감돌았다. 그의 시집은 역시 일반인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와는 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형식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그저 담담하고 진솔하게 표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님의 또 다른 문구가 인상적이다.

"김태완의 시는 하프와 같은 악기이면서도 동시에 활과 같은 무기이다"라는 표현이다. 이 교수님의 언급처럼 그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절제되고 또한 나름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뚜렷한 메시지가 있어 보였다. 그저 감정의 절제되고 아름다운 표현만이 아닌 그 어떤 의미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직접적으로 표출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추상적으로 강한 중심을 가진, 실체가 있고 그 어떤 스토리를 강하게 함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마치 활과 같은 무게감과 예리함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시가 의도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좀 더 정독과 명상 그리고 시간을 요하는 무게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그 어떤 팽팽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이 교수님은 "팽팽한 언어의 현이 된다."라고 표현한 모양이다.

알 수 없는 무게감과 팽팽함이 이제는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건성으로 지나치려는 독자가 있다면 그의 태도에 일종의 경고와 같은 강하고 단호한 외침으로 화답해야 하는 의무감이 생기게 한다. 거기에는 좀 더 진지한 마음자세를 요구하는 그 어떤 날카로움이 있다.  외침은 왠지 저 멀리까지 아주 크게 울리는 감동으로 메아리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순간만은 그저 평온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뿐이다. 날카로움과 평온함이 적정한 절제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아름다운 울림으로 널리 펴져 온다. 

 

이 교수님은 "아름다운 울림으로 날카로운 활촉으로..."라고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그런 반향이 교차하는 순간에 무엇인가 사회에 대한 정의와 이에 반한 현실의 모순과 불의 등 사회전반에 대한 조용한 외침과 그 바닥에 그 어떤 진정어린 반성과 회한이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감동으로 전율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드는 모양이다.

아주 가끔은 너무나 큰 아픔으로 가슴 깊숙이 들어온다. 평소 태무심한 스스로에 대한 깊은 반성과 이에 자극받은 차가운 성찰의 세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양상이다. 


이 교수님은 이를 "....목석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뚫는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어쩌면 불균형적이고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비이성적인 사회를 부드러운 시인 특유의 시각으로, 또는 날카로운 과격함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나름 적절하게 조화로움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은유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아픔과 고통이 느껴진다. 이는 곧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깊은 감동과 동시에 아주 큰 아픔으로 분출되는 듯하다. 


이 교수님은 이를 "눈물이 흐르고 피가 흐른다."라고 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절제된 단호함이 시집을 평가하기는커녕 감상조차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만큼 쉽게 가름할 수 없는 깊이와 나아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가끔 목이 메일 정도로 스스로를 압도한다. 그 정도를 가름하기 어려운 신비감은 오히려 알 수 없는 기분좋은 자극제다. 한편으로 무한한 도전의욕으로 불타게 하는 묘약과 같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에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기분좋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다가온다. 지금까지 와는 좀 더 그 격과 질이 다른 새로운 세계를 살며시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그리고는 조금 더 축척된 안목과 식견을 요구한다. 더 발전된 안목과 식견으로 재차 방문하면 더 없이 환영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알 수 없는 신비한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 같다. 이에 도전하는 것이 마치 정해진 숙명인 것처럼 강요하는 듯하다. 그 느낌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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